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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렁이는 붉은 카펫…저 수평선까지 가고 싶다
‘12월 걷기좋은 여행지’ 서해안 그리고 섬들
증도 조용히 내린 염전의 소금 보며
쓰린 삶에 조그만 위로 삼고…

김제 만경평야에선 맛있는 바람을 벗하고
변산엔 맛·풍경·이야기·마실길 소박함이

12월 서해 낙조·일출보며 한해 매조지
놓치고 싶지 않은 풍광 온몸에 간직하길…


한 해를 매조지 할 때, 수고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막판 속도를 내기 보다는, 느리게, 메말라진 마음에 사랑과 은혜를 쌓을 때이다.

지는 해, 뜨는 해, 파란만장 파도와 휘몰아치는 바람을 모두 경험하는 서해 섬은 가 있기만 해도, 올 한 해, 내 모든 것을 말해 주고 토닥인다.

“첫 해 뜰 때 우렁차게 달렸지”, “파도 처럼 질주하다 바위에 부딪쳐 아프기도 했지”, “그대여, 아무 걱정 말길. 지금 해 지지만 찬란한 밤을 지나 내일 또 이 섬으로 붉은 해 떠오를테니….”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먼데, 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어…” 가수 정태춘의 노래 ‘서해에서’는 12월 서해바다로 가야할 이유를 말해준다.

겨울은 사랑이 자라기 좋은 계절이다. 파도로, 바람으로, 노을로, 해오름으로 위로를 받고 나면, 그간 돌보지 못했던 가족, 친구, 이웃에게 좀 더 잘해야지 하는 은혜로운 마음이 든다. 서해 섬은 은혜가 한 해를 매조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일러준다.

서해는 노을도 아름답지만, 서해 섬에서 일출을 보면 섬 사이를 비집고 모습을 드러내는 해오름이 장관이다. 한국관광공사는 12월 걷기 좋은 여행지(durunubi.kr)로 서해안과 그 섬들을 추천했다.

신안 증도 태평염전 옆 염생식물원 오솔길

서해 남단 신안 증도 모실길은 자연의 순수가 빚어낸 영화관, 오락장이자, 힐링의 오솔길이다. 유네스코 생태보전 지역이자 신안 보물섬이 발견된 증도(曾島)에는 6.25 피란민들의 희망 서린 태평염전이 최고의 석양을 자랑한다. ‘소금밭 전망대’에서 훤히 내려다 보이는 260㏊ 넓이의 태평염전 주변에는 소금기를 머금은 염생식물들이 자줏빛, 초록빛, 황금빛 병치혼합을 만들어낸다. 석양은 한편의 영화, 염색식물의 어울림은 고흐의 그림 못지 않다.

증도 갯벌풍경

증도 짱뚱어다리와 염생식물 샛길=우리나라 지도를 닮은 ‘천년의 해송숲길’ 입구는 갯벌 위 650m를 나무로 연결한 짱뚱어 다리와 이어진다. 짱뚱어들의 재롱 풍경을 담은 갯벌은 희극관이자 교육장이다. 모실길 3코스 출발지점인 순비기전시관은 이 지역 특산물인 소금과 먹을거리, 천연염색 제품 등을 파는 곳이다. ‘순비기’는 염생식물 중 하나인데, 천연염색에 쓰인다. 신안갯벌센터까지 걷는 동안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 보석처럼 반짝이는 우전해변 바다와 길게 늘어선 백사장이 동행한다. 신안군 문화관광과 (061)240-8357

무의 바다누리길 가는 길목 거잠포의 일출

무의바다 누리길과 거잠포= 무의도가는 초입인 거잠포엔 요즘 파라다이스 호텔리조트에서 휴식하던 외국인, 하얏트에서 잠시 쉬는 항공사 승무원, 한국비즈니스에 성공한 해외 VIP도 찾아 활어회와 바지락 칼국수를 즐긴다. 일출과 일몰을 서 있는 자리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국제 명소가 된 것이다. 춤추는 옷이라는 뜻을 지닌 무의도 역시 국제 춤 페스티벌 등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무의도는 바람이 거세다. 시린 바람 맞고 싶을 때, 찾기에 좋은 곳이다. 길마다 붙은 이름이 흥미롭다. 소무의 인도교길에서 시작해, 마주보는 길, 떼무리 길, 부처깨미길, 몽여해변길, 명사의 해변길,해녀섬길을 거쳐 키 작은 소나무 길까지 2.5㎞. 인천광역시 중구청 관광마케팅팀 (032)760-6492

피요르드 보다 리아스식 태안= 1978년 우리나라에서 13번째로 지정된 태안해안국립공원은 리아스식 해안과 독특한 해양생태계가 아름다운 해상공원이다. 우리나라 서해를 대표하는 트레일 중 하나인 태안해변길은 원유 유출 사고로 침제된 태안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속적인 탐방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만들었다. 태안반도 최북단의 학암포에서 최남단의 영목항까지 120㎞나 이어지는데, 각 지역 특징에 따라 바라길, 솔모랫길, 노을길, 바람길 등 7개 코스로 나뉜다. 그중 샛별길은 호젓하게 걸으며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다. 꽃지에서 출발해 리솜리조트 곰솔림, 병술만, 샛별해변을 거쳐 황포항까지 13㎞.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 (041)672-9737~8

새만금 바람길과 금산사 동자승= 김제 사람들은 자기 고장의 너른 들판을 ‘징개맹개 외배미들’ 이라고 부른다. ‘이 배미 저 배미 할 것 없이 하나로 툭 트인 김제와 만경의 넓고도 넓은 들’ 이라는 이야기이다. 김제시는 이 외배미들이 만경강과 만나는 곳에 외줄기로 이어지는 길을 냈다. 만경강의 제방길, 서해를 지키던 초병들이 다니던 오솔길, 갈대숲을 지나는 갯벌길, 봉수대로 오르던 산길 등을 이었다. 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에서는 노을이 아름다운 절집을 만나고, 옛 영광을 품은 작은 포구도 만난다. 봉수대를 내려가면 바다가 육지로 변한 상전벽해의 현장이 눈앞에 펼쳐지고 종점인 심포항에 가까워진다. 임진왜란 승병의 중심지이자, 국보와 보물이 가득한 곳, 동자승이 귀여운 금산사에 들르지 않는다면 김제에 간 보람이 없다. 김제시청 환경과 (063)540-3331

‘연탄시인’ 안도현의 변산 모항= 변산은 예로부터 물산이 풍부하고 은자(隱者)가 살 만하다 해서 하늘이 내린 땅, 기근과 병란이 없는 십승지지, 조선 8경 중 하나로 불렸다. 또한 변산삼락’(邊山三樂), 즉 맛, 풍경, 이야기 등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는 말까지 있다. 오늘날에는 변산마실길을 넣어 ‘변산사락’이라 칭할만 하다. 8개 코스 중 5코스 모항 가는 길은 해안 풍광이 소박하고 호젓해서 편안한 12월을 보내려는 이에게 좋다. ‘겨울 연탄 시인’ 안도현의 ‘모항’ 시(詩)는 12월이 슬플지도 모를 몇몇 현대인들을 위로한다. “걱정하지 마, 모항이 보이는 길 위에 서기만 하면 이미 모항이 네 몸 속에 들어와 있을 테니까.” 솔섬에서 출발해 산림휴양림, 모항을 거쳐 갯벌체험장에 다다른다. 부안군청 친환경축산과 (063)580-4442

‘유달산과 브로맨스’ 고하도= 전남 목포시 고하도 용오름길은 고하도복지회관 바로 직전 주차장부터 고하도 용머리까지 약 2.8㎞를 왕복하는 코스이다. 해발 고도 약 3m에서 시작해서 최고 79m까지 오르는 완만한 산 능선길이다. 걷는 동안 시야가 트이는 곳을 가끔 만나게 되는데, 유달산과 목포항, 삼학도, 목포대교, 앞으로 걸어야할 용처럼 길게 뻗은 고하도의 모습까지, 항구 도시 목포의 정취를 한 눈에 담는다. 특히 해질녘 풍경이 아름답다. 이충무공유적지에서 출발해 탕건바위, 말바우, 뫼막개, 국기봉, 용머리쉼터까지 간다. 하산은 등산의 역순. 목포시청 도시발전사업단 (061)270-8344

한국관광공사는 이밖에 ▷해양수산부 선정 걷기 좋은 바닷길, 궁평의 황금해안길(02-741-5278) ▷강화 석모도, 매음리, 어류정항, 민머루해변, 보문사로 이어지는 석모도 바람길(032-934-1906) ▷신도, 구봉산, 신시도 연도교, 해당화꽃길, 수기해변, 노루메기, 모도리 소공원으로 연결된 옹진의 인천 삼형제섬길(02-741-5278) ▷‘머드 도시’ 보령, 그 또 하나의 매력, 삽시도 둘레길(041-930-9394)도 추천했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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