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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증권과 미술시장…홍콩옥션위크에서 있었던 작은 일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증권시장과 미술시장(특히 경매)은 유사한 점이 많다. 공급과 수요를 바탕으로 (거의) 완전경쟁시장이 존재한다는 점, 그 시장을 지배하는 흐름(주도주/주요작가)이 있다는 점, 그리고 시장을 활기차게 하는 유행(특징주/트렌드 작가)이 있다는 점. 그러나 가장 기본적으로는 ‘돈’이 스스로의 덩치를 불리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장은 돈의 움직임을 충실히 반영한다.

한국의 금융투자시장은 분화했다. 특히 최근 몇년간 시장이 성숙하면서 그 속도도 빨라졌다. 대형주가 자리하는 코스피, IT위주의 기업들이 포진했으나 이제는 코스피보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의 장인 코스닥, 그보다 더 작은 기업들의 주식시장인 코넥스, 그리고 장외시장. 돈은 이 모든 시장을 넘나들며 자신의 규모를 키운다. 이미 주당 260만원이 넘어버린 삼성전자 등 이른바 대형주에 베팅하며 안정성과 추가적 성장을 노리기도 하고, 장외에서 성장가능성이 큰 기업을 찾아다니며 미리 주식을 매집, 상장 이후 몇 십배의 대박을 터트리기도 한다. 

홍콩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 23회 서울옥션 홍콩세일은 낙찰률 78%, 낙찰 총액 한화 약 203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제공=서울옥션]

이번 홍콩 옥션 위크를 보며 금융투자시장의 매커니즘이, 정확하게는 ‘자본’의 매커니즘이 떠올랐다. 크리스티 홍콩, 필립스 홍콩 , 서울옥션 등 주요 경매사는 지난 주말 홍콩에서 2017년 가을 메이저 경매를 진행했다. 이번 경매에선 한국 작가들의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유명작가의 작품 중 조명되지 않았던 작품이 최고가를 기록하며 낙찰되는가 하면 한국에서도 그닥 알려지지 않은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완판되는 등 흥미로운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 주식시장의 대장이라고 하면 삼성전자를 떠올리듯, 한국미술경매시장에서 대장은 단연 ‘김환기(1913-1974)’다. 김환기 작품 중 최고 평가를 받는 건 그의 전면점화, 특히 푸른 전면점화가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의 1973년작 ‘고요(Tranquillity) 5-IV-73 #310’는 65억5000만원에 낙찰, 한국 미술품경매 최고가를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푸른 전면점화가 무한정 존재하진 않는 법, 또한 가격도 많이 오른 상태다. 자연스레 시장의 관심은 김환기의 다른 작품으로 쏠렸다. 지난 26일 서울옥션에 출품된 김환기의 구작 중 반추상 작품인 ‘모닝스타(Morning Star)’는 28억원에 경매를 시작해 40억원에 낙찰, 구작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급등세를 보일때 그와 관련있는 삼성그룹주들이 함께 오르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김환기의 구작 중 반추상 작품인 `Morning Star`는 한화 약 40억원에 낙찰됐다. 김환기 구작 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사진제공=서울옥션]

그런가하면 특정주의 급등으로 그 주식이 속한 업종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도 나타났다. 같은 ‘단색화’ 작가군에 속하는 하종현, 윤형근, 박서보, 정상화 등의 작품도 시작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려나갔다. 단색화 작가를 넘어 한국 추상작가에 대한 관심도 상당했다. 크리스티와 필립스 경매에 출품된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김창열 작품도 완판됐다. 특히 오수환은 필립스 경매에 처음 출품했는데도 시작가 두 배에 달하는 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오르자 전기ㆍ전자ㆍ반도체 업종이 강세를 보이는 것과 유사하다. 

이렇게 메인시장에서 ‘쩐의 전쟁’이 일어나는 사이, 부지런한 ‘돈’은 다른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바로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신진작가들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상장 전의 회사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들의 시장이다. 크리스티 홍콩은 지난 25일 낮 경매에서 한국의 유망한 작가 13명을 소개한 특별 큐레이티 섹션 작품 13점을 경매에 부쳤다. 결과는 100% 낙찰. 진마이어슨, 구본창, 김근태 등 중견작가도 있지만 손솔잎, 김나율 등 젊은 작가 작품도 높은 가격에 낙찰, 한국 동시대미술에 대한 세계 미술시장의 관심이 드러났다. 크리스티 측은 “(다른 한국 주요작가들 작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측면도 있지만, 프리뷰 기간동안 관람객의 호응이 좋았다. 낙찰가도 대부분 작품이 경합을 거쳐 높은 추정가를 넘겼다”며 “한국 동시대 작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경매업체인 크리스티의 2017 가을 홍콩 메이저 경매에 한국의 젊은 현대미술가 13명이 ‘한국작가특별전’ 형태로 소개됐다. 낙착률 100%로 한국미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사진제공=아트플러스엑스]

명확한 건 한국미술에 대한 세계 시장의 관심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눈에 한국 작가가 블루칩 일 수도, 혹은 수많은 제 3세계 작가들 중 하나일 수도 있으나 그건 중요치 않다. 시장의 성장은 자본의 관심에서 출발한다. 더불어 다양한 유통 생태계가 받쳐준다면 그 성장은 폭발적일 수 있다. 4000억원 규모 한국미술시장의 성장을 바란다면 더 많은, 더 다양한 시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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