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내 동국대 성추행 사건 공판…범행당시 음주 공방 -판사, 피해자 측 변호사에 “술 안 마셔봤냐” 발언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재판장에서 한 판사가 “술 마시면 블랙아웃 된다”며 성추행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을 옹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 4월21일 오후 숙명여자대학교 내에서 발생했던 성추행 사건이다. 당시 동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은 이날 오후 9시께 숙대 캠퍼스를 침입해 일면식도 없던 여대생 B양을 강제로 끌어안고, 반항하자 발로 차 무단침입 및 강제추행, 상해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7일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0월 2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공판 당시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범행 당시 A군의 음주상태’였다. 피고인 A군 측은 당시 술에 많이 취해 블랙아웃(필름이 끊긴 상태)이었다고 주장했고, B양 측은 블랙아웃 상태가 아니었다고 반박하는 등 공방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측 변호인은 “CCTV를 봤을 때 범행 당시 B군은 술 취해 비틀비틀하지 않았다”며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겼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판사는 “변호사는 술 많이 안 먹어봤나? 블랙아웃 해본 적 없나? 난 이해되는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 측이 범행을 부인하며 “술에 취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판사가 이를 편든 셈이다.

C판사는 피고인 측에게 유리한 증거서류가 무엇인지 입증 방법까지 상세히 알려줬다. 당시 공판에 방청객으로 참석했던 학생들에 따르면, C판사는 가해자에게 “술에 취했다는 것은 술집 CCTV영상을 제출하거나 당시 카드 영수증을 제출하면 된다. 제일 좋은 건 신용카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제 내역에 상세 항목이 없다면 술집 메뉴판과 대조해서 술 몇 병, 안주 뭐 뭐 이렇게 금액과 맞춰서 제출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잡아줬다. 피고인과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당시 숙명여자대학교 재학생 40여 명이 방청객으로 참석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판사가 대놓고 가해 학생을 편드는 공정하지 못한 재판이었다”며 교내 커뮤니티에 수십 건의 재판 목격담을 올렸다. 재학생 이모(23) 씨는 “중립적이어야 할 판사가 성추행 사건에서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이는 명백한 2차 피해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에 대해 서부지법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한 결과 당시 판사가 ‘기억 안 날 수도 있겠죠. 예를 들면 소위 블랙아웃 이래가지고 그땐 기억나는데 지금은 기억 안 날 수 있죠. 변호사님은 술 드셔봤어요? 블랙아웃 한 번 안 겪어 봤어요?’라고 말한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C판사의 '이해가 가는데'라는 발언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