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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 르포] 지진 후 관광객 발길 끊긴 구룡포…“수능 끝난 가족들 놀러오세요”
-“경주 지진때 장사 어려워 포항 왔는데 또…” 한숨

[헤럴드경제(포항)=김유진 기자] “아이고, 줄서서 먹던 우리집도 이래 손님이 없는데 다른 가게는 어떻겠나”

포항 남구 구룡포에서 50년째 장사를 해왔다는 까꾸네 모리국수집 주인 이옥순(74ㆍ여) 씨는 모처럼 한산한 점심 장사에 한숨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평소 같았으면 평일 점심에도 합석은 기본이고 주말이면 줄서서 대기까지 해야 하는 맛집이지만 포항 지진 이후 내지인 외지인 가릴 것 없이 발길이 뚝 끊겼다. 

[사진=23일 오후 1시께 구룡포 대게 식당 일대. 모처럼 행인 한 명이 가게를 들여다 보고 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23일 방문한 겨울철 대표 관광지인 구룡포 일대는 평일임을 감안해도 유동인구가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여느때 같으면 대게ㆍ과메기 철을 맞아 북적이고 있어야할 대목이지만 북구 지역에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남구 시내 주요 상권도 침체됐다. 연말 대목을 기다린 상인들은 줄어든 매상에 울상 짓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구룡포에서 수산물 도매업을 하는 이모(58) 씨는 항구에 정박한 어선들 앞에 쭈그려 앉아 담배만 태우고 있었다. 이 씨는 “경주에서 지진 난 후 식당하고 숙박업소들 예약 취소됐다고 했을 땐 몰랐는데, 겪어보니 그 맘을 알겠다. 거래처인 식당들이 잘 안되니까 다같이 힘든 상황”이라고 한숨 쉬며 “수능도 무사히 치렀으니 관광객들도 많이 오셨으면 좋겠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21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진 이후 포항 주요 관광지 방문객은 눈에 띄게 줄었다. 구룡포와 더불어 겨울철 대표 관광지인 호미곶도 지진 발생 직전 주말과 휴일 이틀간 8400여명이던 방문객이 지진 직후인 지난 주말과 휴일 3700명으로 급감했다.

이번 지진으로 장사에 타격을 입은 상인 중에는 경주 지진 이후 어려움을 겪다 포항으로 옮긴 경우도 있어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인구 25만명인 경주를 떠나 50만이 살고 있는 인근 도시 포항을 찾은 사례다.

[사진=23일 오후 1시께 손님이 줄어 텅 비어 있는 모리국수 집 대기의자.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올해 10월 포항에서 2층 규모의 대게 집을 개업한 유모(37ㆍ여) 씨는 “경주에서 장사하다가 안 돼서 포항 왔는데 지진이 또 나서…이미 경주 지진 때처럼 2~3개월 고생할 각오하고 있죠”라며 허탈해 했다. 유 씨는 손님 한팀이라도 더 받기 위해 가게 앞에서 목청을 높였지만 “이번 주말에만도 17명짜리 단체예약 두 건이 취소된 상태”라며 외식 나올 포항 수험생 가족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처지다.

이같은 상인들의 간절한 바람을 읽은 듯 포항 수험생 학부모들은 수능을 치룬 자녀와 포항 명소로 맛있는 저녁밥을 먹으러 가겠다는 뜻을 속속 전했다.

이날 수능이 치러진 포항이동중학교 고사장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학부모 허준영(48) 씨는 “우리집은 경주인데 아이가 학교를 포항으로 다녔다. 작년에 지진 난 경주 상권도 이제야 조금 살만한데 포항 사람들은 어떻겠냐”며 “지진 트라우마도 있는 딸이 이렇게 고생했으니 죽도시장에 가서 좋아하는 초밥 먹으려 한다”고 전했다. 학부모 이모(47) 씨도 “이제 2G폰도 스마트폰으로 바꿔주고 옷도 사줘야죠. 수능 끝났으니까 좀 활기가 돌지 않을까요. 과메기철인데 서울서도 죽도시장 많이 방문해주세요”라고 바람 섞인 한마디를 보탰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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