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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무상 실수로 압박감 뒤 자살…법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
업무 실수를 저지른 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다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정숙)는 업무 실수로 정신적 고통을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특허법인 직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3년 10월28일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는 지난 2001년부터 서울의 한 특허법인에서 13년 동안 해외 상표 출원을 담당하던 직원이었다.

숨지기 일주일 전, A씨는 자신이 대형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고객회사가 지난 2012년 “중국에 등록된 상표를 갱신하고 새 상표를 출원해달라”고 의뢰했지만 실수로 이를 누락한 것이었다. 이미 고객회사의 상표권은 소멸됐고 같은 상표가 다른 사람 명의로 출원된 상태였다. 이를 알게된 고객회사 측은 특허법인을 방문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는 동료들에게 실수를 고백하지 못한 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결국 고객회사가 특허법인을 방문하는 날, A씨는 무단으로 결근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상표권 갱신을 놓친 실수에 대해 일종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06년에도 같은 실수를 저질러 상사와 동료들의 질책을 받은 적이 있었다. 고객회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항의했고, 동료들 사이에서는 A씨가 손해배상금을 분담해야 한다는 질책까지 이어졌다. 이후 A씨는 업무상 지적을 받으면 과도하게 위축되거나 우울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A씨가 업무상 실수로 압박감을 느끼다 목숨을 끊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단은 “업무상 실수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이로 인해 목숨을 끊은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유족은 이에 불복해 공단과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심사 청구를 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을 업무상재해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업무로 인해 우울증이 생기고 악화됐으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했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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