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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는 피해자 아니야”…해법 놓고 갈라선 IDS 피해자들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피 같은 돈을 다 빼앗겨서 잠도 안 오는데, 공범들은 모두 풀려났고 돈을 찾을 방법은 없으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IDS홀딩스에 8억원을 투자했다 피해를 봤다는 김정무(42) 씨는 지난 20일 IDS홀딩스 지점장 15명이 1심에서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무엇보다 김 씨는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던 지점장들이 박수를 받으며 재판정을 빠져나갔다는 사실에 가장 분노했다고 답했다. 김 씨는 “방청석 절반은 피해금을 돌려받고 탄원서를 써준 투자자들”이라며 “똑같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제는 피해자들끼리 싸우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리며 피해 금액만 1조2000억원을 넘긴 IDS 사기사건 피해자들은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막힌 데다 가담자들이 책임을 회피했다며 분노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 피해자들은 IDS의 변제를 기다려야 한다는 쪽과 처벌부터 해야 한다는 쪽이 나뉘어 갈등 양상까지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

지난 20일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이형주 판사의 심리로 열린 IDS 지점장 남모 씨 등 15명의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이들의 사기와 방문판매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지점장들이 주범인 김성훈 대표로부터 사업의 실체를 듣지 못했다는 내용의 녹취 파일이 추가로 제출됐기 때문이다.

선고 직후 재판정은 흥분한 피해자들로 소동이 벌어졌다. 한쪽에서는 무죄 판결을 비난하는 욕설이 쏟아졌고, 반대쪽에서는 무죄 판결에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장의 배려로 선고에 앞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는 피해자들끼리 욕설을 하는 상황도 펼쳐졌다. 한 방청객이 “지점장들의 변제 노력에 감사하다”는 발언을 하자 검찰 측에서 이를 제지하며 “저 사람은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피해자들의 갈등은 일부 피해자들이 IDS홀딩스로부터 먼저 피해금을 변제받으면서 시작됐다. 피해자들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었고, 이후 김성훈 대표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재산이 동결되자 나머지 피해자들은 돈을 되찾지 못한 채 재판 결과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입장 차이로 재판정에서까지 서로 비난하는 상황에 놓인 점을 안타깝다고 답했다.

이날 공판을 지켜본 피해자 정모(50) 씨는 “지금 가해자들을 몇 명 더 처벌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다만, 변제노력조차 하지 않은 지점장들이 그대로 풀려나는 모습을 보면서 허탈감에 빠졌다”고 말했다.

재판 이후 피해자 중 일부는 변호사를 선임해 공동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선고 직전 재판장 역시 “피해자들이 앞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공동 대응에 나서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검찰 역시 지점장들에 대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은 1심 판결 직후 “하급심 판례와 주범의 1,2심 판결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항소해 반드시 엄벌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중요 증거가 결심 이후에 제출된 상황에서 검찰이 증거를 분석할 틈도 없이 선고가 내려졌다”며 “항소해 상급심의 판단을 기다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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