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 역차별” vs “과도한 애국 마케팅” 방사청, 국산엔진+외국산 변속기 결합 고심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반도 미래 지상전장을 책임질 국산 K2 전차 2차 양산사업이 또다시 뒤로 미뤄졌다.
송영무 국방장관 주재로 17일 열린 제10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는 K2 전차 2차 양산사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미 6차례나 미뤄진 K2 전차 2차 양산사업은 또다시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방추위에서도 쟁점은 K2 전차에 장착되는 국산 파워팩(엔진+변속기)의 성능 문제였다.
[사진=헤럴드경제DB]
K2 전차 1차 양산사업은 독일산 파워팩을 장착해 2014년부터 운용중이다.
문제는 2차 양산사업부터 국산 파워팩을 장착하기로 했는데, 작년 1월부터 6차례 수행한 변속기 내구성 시험 과정에서 변속기 볼트에 금이 가 압력이 떨어지는 현상 등이 나타나 차질이 빚어졌다.
K2 전차 파워팩을 개발중인 국내 방산업체는 군 당국의 내구성 기준이 외국산 변속기보다 까다롭고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방사청을 비롯한 군 당국은 변속기 내구성 기준은 업체도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2 전차 파워팩 문제는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때도 도마에 올랐다.
한쪽에선 독일제 변속기도 성능불량률이 낮지 않지만 실전 투입 증명서 하나로 우대를 받는 반면 국내 방산업체에는 가혹한 수준의 잣대를 적용하는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방산업체와 군 당국이 합의한 조건을 방산업체가 지키지 못한 것이라면서 과도한 ‘애국 마케팅’이란 반론도 제기됐다.
이번 방추위에서도 파워팩 변속기 내구성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반대하는 주장이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2차 양산분에 탑재될 국산 변속기가 결국 성능 미달로 판명될 경우에 대비해 엔진은 국산으로 하되 변속기는 외국산을 쓰는 방안도 제3의 대안으로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 국산 엔진과 외국산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 검증하는 기술입증도 다음 달 중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기술입증에 성공할 경우 국산 엔진과 외국산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을 탑재하는 K2 전차 양산 방안을 내년 초 방추위에 상정한다는 구상이다.
군 관계자는 “K2 전차 2차 양산사업은 이미 상당 기간 지연돼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조속히 사업을 추진해 전력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