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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박한 에어프라이어, 감각 입히고 값 낮춰 대박 친 사나이
-저가형 대용량 에어프라이어 플러스 돌풍 보니…
-뚝심의 정재일 바이어 ‘비하인드 스토리’ 있어
-완판 행진…한국형으로 레벨업해 시장판 키워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뜻밖에도 시작은 디자인이었다. 지난해 4월 중국 광저우. 중국 최대 생활용품 박람회인 캔톤 페어(Canton Fair)에 참가한 정재일 트레이더스 바이어의 발가락에는 물집이 잡힐 지경이었다. 가격을 확 낮춘 저가형 ‘에어프라이어(기름 없이 뜨거운 공기로 음식을 튀기는 기기)’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중국 제조업체 100여곳의 부스에 들렸다. 제조사의 역사, 제품 품질, 거래처까지 깐깐하게 따졌다. 각 업체가 100여 가지의 모델을 생산해 선택지는 만 개에 가까웠지만 디자인이 볼품 없었다. 과한 색상, 조잡한 디테일, 투박한 마무리가 제품의 질을 떨어트렸다.

머리카락에 땀방울이 내려앉을 무렵, 그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 업체가 있었다. 이미 미국 코스트코에 에어프라이어를 납품해본 경험이 있는 제후이(Zehui)사였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제품답게 절제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재일 트레이더스 바이어. 저가형ㆍ대용량 에어프라이어 플러스를 개발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선택은 단칼에 떨어졌다. 정 바이어는 한국 정서에 맞게 디자인을 조율하고, 핵심 기능만 남긴 에어프라이어를 개발하는데 온 역량을 집중시켰다. 번뜩번뜩 거리던 유광 재질을 차분하게 바꾸고, 복잡한 로고도 직관적으로 바꿨다. 여러 유통 단계를 건너뛰고 중국 현지업체와 직접 계약해 직소싱하다보니 가격도 파격적이었다. 평균적으로 20만~30만원대이던 기존 에어프라이어의 가격대를 6만~7만원대로 확 낮췄다. 그는 “유니클로나 무인양품처럼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상품을 제작하고 싶었다”며 “기존 전자 제품 브랜드 가격 거품을 빼고,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시크한 디자인은 살려 경쟁력을 높였다”고 했다.

그렇게 지난해 9월 이마트의 PB(private brandㆍ자체상품) 제품인 ‘더 에어프라이어(기본형)’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용량은 2.5리터. 가격은 단돈 6만9800원이었다. 에어프라이어의 바스켓에 재료를 넣고 다이얼만 돌리면 쫄깃한 수육, 바삭한 새우튀김, 고소한 감자 튀김이 뚝딱 탄생했다. 정 바이어는 “에어프라이기가 생소한 제품이다 보니 처음 출시될때부터 반응이 폭발적이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주부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져나가더니 천천히 반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렇게 주부들의 주방 한편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알짜제품’ 더 에어프라이어는 올해 7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정 바이어는 통이 큰 한국인들의 특성에 맞춰 5.2리터 대용량의 에어프라이어 플러스를 개발했다. 통닭 한마리를 에어프라이어에 툭 던져놓고 30분만 기다리면 살코기는 쫄깃하고 껍데기는 과자처럼 바삭한 닭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가격도 8만4800원으로 기본형과 가격 차이가 1만5000원에 불과하다.

올해 7월15일 출시된 ‘에어프라이어 플러스’는 초도 물량 7000대가 출시 74일만인 9월 27일에 완판됐다. 이후 트레이더스는 추가 발주를 통해 지난 10월26일부터 판매를 재개했으나 3일만에 또 다시 추가 물량 3000대가 모두 소진됐다. 급기야 이마트 트레이더스 수원점에는 에어프라이어 플러스를 사기 위해 긴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수원점. 양팔에 에어프라이어 플러스를 안고 매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트레이더스가 판매를 재개한 지난 6일, 수원점에서는 양팔로 에어프라이어를 감싸안고 매장을 활보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정 바이어는 “여태까지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제품은 터닝메카드 장난감, 허니버터칩 등이었는데 내가 개발한 제품이 그 대열에 낀다고 하니 기분이 묘했다”고 했다. 

더 에어프라이어만 불티나게 팔린 것이 아니다. 에어프라이어 시장의 판 자체가 커졌다. 정 바이어는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 때 트레이더스에 들렀다가 우연히 경쟁업체 임원을 만났다”며 “2011년 첫 주자로 에어프라이어를 출시한 업체다보니 일종의 미투(Me too)제품을 출시한 나로서는 미안한 감정이 들어 ‘반갑고 미안하다’고 먼저 말을 건넸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오히려 그 임원이 ‘트레이더스 에어프라이어가 인기를 끌게 된 이후 자사 에어프라이어 매출도 20% 상승했다’며 고맙다고 하더라”며 “물론 해당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확 줄어들고 더 에어프라이어의 시장 점유율이 대폭 확대됐지만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진 것”이라고 했다.

정 바이어는 “트레이더스에서 올해 12월말까지 에어프라이어 플러스 6000대를 추가로 생산하기로 했다”며 “국내 에어 프라이어 시장의 판을 뒤집는 ‘국민 에어프라이어’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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