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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④도로위 에티켓]출발 늦었다고, 우회전 하겠다고 ‘빵빵’…범칙금입니다
-경적은 도로교통법으로 사용 제한…습관적 경적 조심해야
-소음 민원 발생 늘어…경적 사용으로 형사 처벌 증가세

[헤럴드경제=원호연ㆍ김진원ㆍ유오상 기자] 자동차의 경적은 방향지시등과 함께 차량 간의 의사소통 수단 중 하나다. 교통표지판으로 지정한 경적 구간이나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고 경적을 울리는 행위는 도로교통법으로 엄격히 제한한다. 하지만 현실은 신호가 바뀐지 몇 초 되지도 않아 경적을 울리며 앞차를 재촉하거나 우회전을 할 공간을 만들도록 앞차를 압박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운전자가 많다. 이는 소음 민원으로 이어지고, 보복 운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울 성동구의 한 사거리는 하루 종일 울리는 경적 소리로 시끄럽다. 우회전을 하는 차량 가운데 습관적으로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많다. 왕복 4차선으로 길이 좁은데다 신호가 길고 대각선 횡단보도가 있어 우회전 차량들은 많게는 수 분을 기다려야 한다. 답답함을 느낀 운전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앞의 직진 차량에 경적을 울리며 비켜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 2차선은 우회전 전용차선이 아니라 직진과 우회전이 모두 가능한 곳이다. 대다수 운전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정지선을 넘어 비켜주지만 뒷 차량 운전자와 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잦다.

자동차 운전이 일상이 된 현대사회에서 도로 위 에티켓은 서로의 기분은 물론 나의 안전까지 보장해준다. 서울 시내에서 얌체운전 교통 단속에 나선 경찰.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경적 소리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인근 상인들이다. 사거리 옆 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옥(58ㆍ여) 씨는 “시도 때도 없이 경적이 울려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음식을 준비하다가도 경적 소리가 갑자기 들려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호소한다.

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인근 주민들도 매번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주민 유모(26) 씨는 “도로가 좁아 앞 차가 우회전을 할 틈을 만들어주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다들 알면서도 한번 막히면 수십 초씩 경적을 울려 대니 동네가 시끄러워 참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신호가 바뀌었는데 앞차가 빨리 출발하지 않는다고 경적을 울리는 건 여전하다. 경차를 구입한지 석달 정도 됐다는 직장인 감현수(32) 씨는 “운전을 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교차로에서 경적 소리에 놀란 적이 대여섯번은 된다”며 “딴짓을 하다 신호를 놓친 것도 아닌데 경차라고 무시를 하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차가 운전이 조금 미숙하거나 길을 헤매는 듯 보일 경우 경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직장인 최모(34) 씨는 동부간선도로를 주행하던 중 길을 잘 못 들어 헤매자 뒤에서 오던 차량이 경적을 30여초도 넘게 길게 누른 상황을 겪었다. 김 씨는 이에 비상등을 켜고 미안하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뒷차의 경적은 멈추지를 않았다. 최 씨는 “뒤에서 경적을 수십초동안 길게 누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져서 더 운전을 험하게 하게 된다” 고 했다.

최근 차를 구입해서 운전으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 김모(29) 씨는 방어운전의 개념으로 경적을 울리는 케이스다. 김씨는 “얼마전 차로 변경 중에 한차례 가벼운 접촉사고를 낸 적이 있다”며 “그 이후로 좌우 차로에서 깜박이 없이 들어오는 차량을 볼 때 마다 경적을 울리는 습관이 생겼다”며 말했다. 그는 “학교 주변 등지에서는 경적을 울리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방어운전을 위해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차량 소통이 많은 길거리에서 운전자들이 울리는 경적은 주변 시민들에게도 짜증을 유발한다. 한남대교 남단 경부고속도로 입구에서 전용차선으로 들어가기 위해 차선을 점거한 고속버스와 이에 항의하는 승용차 운전자들이 내는 경적소리는 인근 주민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도로교통법 상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긴급한 사유가 생길 경우에는 경적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남용되면 난폭운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일반적으로 경적은 위급한 상황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난폭운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특히 직우 차선의 경우 뒷차량이 경적을 울린다고 앞차량이 정지선을 넘어 비켜주면 신호위반이나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등으로 범칙금을 부과받을 수 있으니 서로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진과 우회전이 가능한 차선에서 우회전 하려는 뒷차를 위해 굳이 무리해서 앞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최근 ‘목격자를 찾습니다’ 제보 앱 등으로 제보가 늘면서 신호위반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이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보복ㆍ난폭 운전 집중단속을 벌여 1만6691건을 적발한 결과 전체의 20.2%가 ‘경적이나 상향등을 이용한 위협행위’로 43.7%인 ‘끼어들기’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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