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하루 1회 이상 적발
“노숙자·외국인 밀집지일수록 ↑”
#. 취업준비생 곽모(27) 씨는 지난 10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회사 면접을 마치고 지하철 1ㆍ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전동차를 타고 집에 가던 중 깜짝 놀랄 모습을 봤다. 맞은 편에 있는 한 남자가 눈치를 살피더니 노약자석으로 가 담배를 꺼내 문 것이다. 50대로 보이는 그는 자연스레 불을 붙이더니 이내 연기를 내뿜었다. 곽 씨는 “승객 수가 적은 틈을 타 구석에서 담배를 양껏 피우고는 다음 역에 급히 내리는 게 기가 막혔다”며 “순간 내가 1970년대에 온 줄 알았다”고 말했다.
건물전체가 금연이 되는 시대에,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우는 ‘엽기적인’ 승객이 의외로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쩌다 한 두번도 아닌 서울 지하철 1~8호선 중 절반에서는 하루 1명 넘게 흡연자가 붙잡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단속 건수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지만, 7호선만 홀로 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15일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동차 혹은 지하철역사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승객 단속 건수는 모두 2093건이다. 단속 건수는 2호선(889건), 4호선(522건), 7호선(377건), 3호선(227건)만 더해도 2015건으로 전체 97.2%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8호선(1건), 6호선(6건) 등과는 견줄 수도 없는 수치다.
이 중 시선이 쏠리는 건 7호선이다.
다른 호선들은 지속적인 홍보ㆍ단속과 시민의식 변화로 단속 건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지만, 7호선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2호선과 4호선, 3호선은 지난 2014년 한 해에만 각각 흡연 행위로 2428건, 3019건, 667건을 단속했지만 지금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반면 7호선은 올해 1~9월 377건으로 2014년(291건)보다 되레 86건이 늘었다.
7호선만 이런 추세를 보이는 것은 노선 내 노숙자ㆍ외국인 밀집지역이 다른 호선보다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내 흡연자 중 상당수는 노숙자와 정황을 모르는 외국인”이라며 “이들이 비교적 많이 있는 건대입구역, 고속터미널역, 대림역 등이 7호선에 몰려있다는 게 (이번 결과에)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원율 기자/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