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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보복” 불붙인 MB…정계, 다시 ‘이념 프레임의 덫’
李전대통령 “감정풀이” 규정
보수재결집의 명분 활용 나서

靑, 적폐청산 신속 마무리 암초
국가혁신 추진도 차질 가능성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강경 대응으로 한국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과 함께 붕괴됐던 보수진영이 ‘정치보복’을 고리로 재결집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계구도가 또다시 ‘진보 vs 보수’의 대립 구도로 회귀하는 형국이다.

갈 길이 먼 청와대도 고민이 깊다. 적폐청산을 신속히 마무리 짓고 국가혁신으로 가려던 구상이 발목 잡히고 있다. 촛불 정부로서 적폐청산을 늦출 수도 없고, 강행돌파하자니 당장 여소야대 국회부터 걸림돌이다.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조속히 적폐청산을 마무리짓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문재인표 정책’ 추진을 구상했던 당청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MB, 보수대집결 축으로 나서나 = 지난 10년간 보수진영의 두 뿌리는 친이(親李)계와 친박(親朴)계 였다. ‘공천학살’이 반복되며 친이계는 사실상 뿔뿔이 흩어졌다. 이 전 대통령이 전날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감정풀이,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건 보수진영을 향해 대결집과 결사항전을 선언 격이다. 친박계에 이어 친이계 역시 적폐청산 기조로 사장될 위기임을 강조, 보수진영의 결집을 주장한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재집결할 명분을 찾지 못하던 보수진영엔 일종의 기회다. 보수진영 적통 싸움에다가 분당ㆍ탈당 등으로 으르렁대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MB 발언 이후 한목소리로 “정치보복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공조했다.

자유한국당을 탈당, 창당한 친이계 대표 인사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공동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실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수진영에 가장 절실했던 건 부활(?)의 ‘명분’이었고, 이를 정치보복 프레임에서 찾았다.

MB정부가 부각되는 건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은 정부로, 보수진영으로서도 국민을 대상으로 ‘정치보복’ 프레임을 앞세우기 어렵다.

반면, MB정부는 참여정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와 비극적 결말의 당사자로, 공수가 바뀐 채 10년만에 재차 대면했다. 현 정부와 정치사적으로 악연이 깊다. 보수진영으로선 오히려 전(前)정부보다 전전(前前)정부가 더 ‘정치보복’ 프레임을 부각시키기에 적합하다. 적폐청산 대상이 MB정부로 확대되자마자 보수진영이 동시다발적으로 반격에 나선 배경이다. 자유한국당ㆍ바른정당의 정계개편 움직임, 이 전 대통령의 작심발언, 친이계의 전면 등장 등이 모두 큰 구도 속에 얽혀 있다.

▶적폐청산 넘어야 할 靑의 고민도 깊어진다=이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청와대는 약 5시간 후에 공식 입장을 내놨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명의로 된 입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9월 야4당 대표 초청 회동 때의 발언만 한 줄 언급했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개인에 대한 책임 처벌이 아니다. 불공정 특권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만 밝혔다. 특정 개인이나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이 아니란 점을 담아내되, 최대한 수위를 조절한 흔적이 엿보인다. 청와대의 고심이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후 국정과제 5개년 계획을 통해 내년까지를 ‘혁신’기로 규정했다. 올해엔 적폐청산에 집중하고 내년엔 개혁ㆍ혁신 과제를 추진, 2019년부터 실제로 그 성과를 체감하겠다는 로드맵이다.

내년부터 국가혁신 과제를 실제 추진하려면 청와대로선 여소야대 정국를 돌파해야만 한다. 문제는 적폐청산을 강하게 밀어붙일수록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는 데에 있다. 보수진영이 정치보복 프레임을 앞세우면서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적폐청산 기조를 완화한다고 해서 야권이 정부에 협조하리란 보장도 없다. 이것도 저것도 부담이 큰 청와대다.

11~12월까지 코앞에 떨어진 과제도 많다. 새 정부는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마무리해야 한다. 홍 후보자는 최악의 경우 임명강행이 가능하지만, 새로 후보자를 지명해야 할 감사원장 직은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도 국회 심의ㆍ의결을 앞두고 있다. 정기국회 내 각종 개혁입법 과제는 여전히 산적한 상태다.

‘외치(外治)가 위기이면 내치(內治)가 용이하고, 외치가 안정되면 내치가 위기’라는 건 정치의 불문율이다. 북핵이 최악의 고비를 넘기고 대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제 새 정부는 내치에 한층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적폐청산이냐 정치보복이냐, 보수 대집결을 꾀하는 지금이 그 기로다.

김상수ㆍ최진성 기자/dl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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