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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집 교사의 눈물…“학부모 폭언·폭행 경험” 45%
육아정책硏 교사 1543명 근무환경 조사
하루 9.5시간 근무…법정 근로시간 훌쩍
월 평균 임금은 193만1000원에 그쳐
열악한 처우·스트레스에 자존감 뚝
“교사 행복이 아이 행복”…처우개선 시급


인천에 위치한 어린이집 5년차 교사 이수정(32ㆍ가명) 씨는 한 학부모 폭언에 충격 받아 일을 그만둘까 고민 중이다. 한 아이가 이상행동을 보여 학부모와 상담을 할때 조심스레 얘기를 꺼낸 게 문제였다. 그 학부모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며 “네가 우리 아이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런 판단을 내리냐”면서 “당장 무릎꿇고 사과하라”며 화를 냈다. 이 씨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지만 아이는 바로 어린이집을 옮겼다. 이 씨는 “상담시간에 아이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우리의 일이다”며 “일도 힘들고 임금도 적어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번 일로 교사로서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치원ㆍ어린이집 교사들 절반 가량은 학부모들의 폭력과 폭언 등을 직ㆍ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근무환경도 열악해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하루 9.5시간을 일하지만 손에 쥐는 돈은 월 200만원에 못미쳤다. 전문가들은 유치원ㆍ어린이집 영유아 교육의 질 담보를 위해서 교사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돼야한다고 지적한다.


▶어린이집 교사 45% “학부모 폭언ㆍ폭행 경험”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 1543명을 대상으로 근무환경을 조사해 발간한 ‘행복한 영유아를 위해, 이제는 교사의 행복을 돌아볼 때’라는 자료에 따르면 영유아를 담당하는 교사 10명 중 2명(21.6%)은 학부모로부터 모욕적인 말이나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동료가 당한 장면을 보거나 간접적으로 경험한 경우도 22.8%나 됐다. 기관유형별로는 부모로부터 모욕적인 말이나 폭행 등을 경험한 경우는 유치원이 26.6%로 어린이집(19.2%)보다 높았다.

임신 6개월에 접어들었다는 한 어린이집 교사도 “학부모들이 배 나온 모습을 보고 항의를 한다고 온라인 카페에 글을 남겼다. 교사는 “몸이 무거워지고 배땡김 증상이 나타나면서 아이들을 안아주기가 힘들다”면서 “하지만 학부모들은 임신한 거 알았으면 일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왜 임신을 했냐고 따지는 부모들도 많다. 아이가 울때는 안아줘야 하는데 임신이 대수냐고 말할 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근무 환경도 열악했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8.8시간이었지만 실제 근무시간은 9.5시간에 달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의 법적 근무 시간은 8시간으로 실제 근무시간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시간을 초과했다. 잔업 등의 영향으로 한 주에 초과 근무하는 일수는 평균 2.6일나 됐다. 영역별 직업행복감을 묻는 항목에서 ‘근로시간 행복감’은 5점 만점에 3.5점에 그쳤다.

유치원ㆍ어린이집 교사들의 월 평균 임금은 193만1000원(세후)에 불과했다. ‘소득’에 대한 행복감도 2.8점으로 낮게 나타났다. 어린이집 교사는 평균 178만2000원으로 유치원 교사(223만5000원)보다 50만원 정도 적었다. 


▶열악한 처우? 교사 행복감 뚝…
=고된 근로시간과 낮은 임금은 교사들의 행복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휴가, 유연근무제, 보조 인력의 도움 등이 포함된 ‘일과 삶의 조화’의 점수는 2.7점에 그쳤다. 이들이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낮은 처우’(55.6%)와 ‘교사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22.7%)을 꼽았다.

연구소 관계자는 “교사들은 업무 중 휴식시간이 없어 신체적 피로감을 느낀다”면서 “담임교사 혼자 영유아들을 돌보는 경우 생리적 욕구를 해결할 틈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다른 직업과 구별되는 독특한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다. 소규모 여성 조직으로 공적ㆍ사적관계가 혼재되며, 협력적 업무와 관계 지향적 업무 형태다”며 “반면 위계적 특성을 지니며, 업무의 한계와 기준이 불명확하고 낮은 처우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직업행복감 증진을 위해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68.8%가 근무 환경(근로시간, 일과 개인 삶의 조화, 소득 등)을 꼽았다. 이어 관계영역은 18.7%, 개인의 심리정서 영역은 9.1%, 직업의식 순으로 나타났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지원에 따른 교사의 직업행복감 증진을 위해 개선되야할 것 1순위로 40.4%가 ‘급여 수준 증대’라고 답했고, 업무량 감소(15.6%), 정시퇴근(13.6%), 교사 대 아동 비율 감소(13.5%)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보육의 질을 위한 중요 조건으로 교사의 전문적 역량을 발휘하기 위한 근무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교사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느끼는 행복감은 영유아와의 상호작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강문규 기자/mk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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