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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서울 시내 단 5곳 ‘장애인 보호구역’을 아시나요
-일부 제한속도 30km 아닌 과거 규정 60km
-보호시설 등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체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 매주 재활원을 찾는 황모(60) 씨는 재활원 앞을 나설 때마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량 때문에 걱정이다. 재활원 앞 도로가 장애인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제한속도가 시속 60㎞로 정해져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구 앞에 설치된 횡단보도에는 신호도 없어 사실상 장애인 혼자 길을 건너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황 씨는 “다른 재활원도 사정이 비슷하다”며 “그나마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도 거의 없어 사실상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13일 서울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에 지정된 장애인 보호구역은 5곳에 불과하다. 노인보호구역까지 합하면 121개로 늘어나지만, 보호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거나 사실상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경찰은 오는 24일까지 이들 보호구역을 대상으로 일제 점검에 나선다.

서울 강동구의 한 장애인 보호구역. 다른 보호구역과 달리 제한속도가 시속 60㎞로 설정돼 있는데다 횡단보도에 신호기도 없어 시설을 출입하는 장애인들은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 서울 강동구에 지정된 한 장애인 보호구역은 제한속도가 시속 60㎞로 설정돼 있다. 현행 어린이ㆍ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보호구역 내에서는 제한속도가 시속 30㎞로 제한돼야 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다른 장애인 보호구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또 다른 장애인 복지시설 입구에는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지만, 정작 신호기가 없어 시설을 출입하는 장애인들이 알아서 차를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호구역 자체도 시설 출입문에서 20m까지 밖에 설정돼 있지 않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 장애인 복지시설 관계자는 “도로변은 주차 차량이 점거하고 있어 장애인들은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차량에 속수무책”이라며 “아직 장애인들에게 한국의 도로환경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에만 116개에 달하는 노인 보호구역도 관리가 안 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제한속도가 시속 30㎞가 넘는 곳도 많고,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보호구역 내 노상 주차장이 버젓이 운영되는 경우도 많다”며 “일부 신호기는 일반인 보행속도에 맞춰져 있어 노인이나 장애인이 건너기도 전에 신호가 끝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조사돼 시정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시내에 5곳의 장애인 보호구역이 있지만, 설치된 횡단보도 신호기는 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와 경찰은 매년 보호구역을 늘려가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사고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보행 중 사망한 노인은 298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해 지난달까지 사망한 노인보행사망자는 70명을 넘어섰다. 전체 사망자 중 27%에 달하는 수치다.

경찰은 이 같은 지적에 보호구역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신호체계를 보행자에 맞추고 보호구역 안에서도 제한속도가 시속 30㎞를 넘는 경우에는 기준속도를 하향할 방침이다. 한 일선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보호구역 인근으로 새 도로가 많이 생겨 신호체계 변경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보호구역 내 안전시설에 대해서도 함께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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