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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사 인권 짓밟는 성심병원...행사 동원돼 선정적 춤
[헤럴드경제=이슈섹션]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재단 체육대회에 동원돼 짧은 옷을 입은 채 선정적 춤을 추도록 요구받는 등 인권침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당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원치 않는 추가 근무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수당도 전혀 지급되지 않는 상태다. 

매년 10월쯤 일송재단 소속 간호사들은 극도의 ‘수치심’과 ‘회의감’에 고통 받는다. 1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재단 행사 ‘일송가족의 날’ 때문이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사진=123RF]

10일 노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재단에 소속된 전국의 관계자 900여 명은 이날 강원 춘천시의 한림성심대학교 운동장에 모두 모여 줄다리기, 피구 등 운동 경기를 치른다.

일송재단과 형제 재단 성심의료재단 산하의 강남ㆍ강동ㆍ동탄ㆍ성심(평촌)ㆍ춘천ㆍ한강병원 등에 소속된 간호사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문제는 ‘장기자랑’ 시간이다. 소속 간호사들은 짧은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선정성을 강조한 춤을 춘다.

이들은 이 같은 의상과 안무, 심지어는 표정까지 윗선으로부터 사실상 ‘강요’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재단 소속 한 병원의 중견급 간호사 A 씨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규간호사들이 장기자랑의 주된 동원 대상”이라며 “이들은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간호부 관리자급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유혹적인 표정과 제스처가 되는 지’ 등을 얘기 듣는다”고 설명했다. 

또 A 씨는 “기다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는 고령의 재단 고위직 관계자들을 앞에 두고 이 같은 춤을 추는 식”이라며 “어떤 간호사들은 극도의 수치심을 호소하며 울기도 했지만 윗선에선 ‘남들 다 하는 건데 유난을 떤다’는 반응뿐이라더라”고 밝혔다. 실제 장기자랑에 동원돼 춤을 췄던 간호사 B씨는 “짧은 바지를 입고 장식을 한답시고 가슴 쪽엔 가위질을 내서 파이게 한 옷을 입었다”며 “관리자급에게 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도 했지만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이하 보건노조)에 따르면, 간호사 C씨는 “간호하는 환자와 그 보호자들 앞에서 배를 드러내고 바닥에 눕거나 다리를 벌리는 등의 동작을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운동 경기나 장기자랑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마저 응원 형태로 행사에 동원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지는 ‘데이 근무’를 마친 후에도 일상적으로 응원 연습에 동원됐다. 일부는 임신 30주가 넘어 배가 부른 상태로도 아스팔트에 몇 시간 씩 앉아 응원을 하도록 동원되는 이들도 있었다는 것이 간호사들의 주장이다.

심지어 이런 일련의 활동들에 대한 추가적인 수당은 전혀 없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동반한 장기자랑과 운동 경기 참여는 물론 “출전하는 사람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응원에 동원되는 인력과 이들을 대신하기 위해 원내에서 추가 근무를 하는 인력들에게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단 측은 “이런 사실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재단 관계자는 “몇 사람이 됐든 그런 식의 강요를 받았다면 잘못된 일”이라며 “그런 의견이 있었다면 조사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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