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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변 검사 투신 사망 이후 침울한 검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변창훈(48) 서울고검 검사의 빈소에 결국 가지 못했다.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은폐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후 투신해 숨진 동기(23기)의 빈소는 자신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불과 1㎞도 안되는 서울성모병원에 차려져 있었다. 동기 중 맏형 역할을 맡았던 윤 지검장은 평소 변 검사와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6일 저녁부터 7일 내내 갈까 말까 망설였다. 자신이 수사를 지휘하는 사건의 혐의자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직전 운명을 달리했기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유족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조문을 포기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을 이끄는 박찬호 2차장검사 등 다른 수사 실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선후배이자 동료를 잃은 슬픔을 쉽게 숨기지도, 표현하지도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변창훈 검사의 사망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안타까움과 침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6일 저녁 조문을 갔던 문무일 검찰총장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영정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3시간 가량 말없이 고개를 떨군채 앉아 있다가 돌아갔다. 빈소에서 한 현직 지청장이 다소 술에 취한 목소리로 “변 차장은 억울하다, 억울하다!”라고 고함치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7일 저녁 8시께 빈소를 찾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유족으로부터 “무슨 적폐 청산이냐”, “내 남편 살려내라”라는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검찰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대검은 공식적인 행사 외에 연말 잡혀 있던 부서 체육대회나, 문화행사, 회식 등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8일 아침 검찰 내부 통신망(이프로스) 변 검사의 부고(訃告)에는 애도를 나타내는 검사들의 댓글이 500여개 달렸다. 이중 몇몇 검사의 추모 글의 조회수는 5000여회나 됐다. 2000여명 검사를 포함한 1만여명의 검찰청 직원 중 절반이 보고 공감을 한 셈이다.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이 넘쳤던 분’, ‘최고의 차장검사였던 시간들을 기억한다’는 등 고인을 기리고, 죽음을 애도하는 내용의 글이 대부분이지만, ‘마음이 뒤숭숭해 일이 손에 안 잡힌다’,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자살하는 분들의 뉴스를 많이 봐왔지만, 지금의 충격과는 차이가 있다’ 처럼 심정을 전하는 글도 많다.

검찰 일각에선 무리한 수사가 있었다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 지검의 평검사는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검찰 안에서도 많았다”고 했다.

또 다른 지검 관계자는 “내가 변 검사와 같은 일을 맡았더라면 다르게 행동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운좋게 내가 그 자리에 없었을 뿐”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비교하기도 한다. 수사팀 외에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줄줄이 언론에 새나가며 ‘망신 주기’ 수사를 해 결국 수사 대상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수사팀은 하지만 무리한 수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우리는 변 검사의 검찰 출석 시간 등을 언론에 노출한 적이 없어 일부 언론에서 (변 검사를) 특별 대우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했다.

실제 당시 수사팀은 장호중 부산지검장이나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과 달리 변 검사의 출석 시간을 알려주지 않았다. 덕분에 변 검사의 검찰 출석 현장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 변 검사의 혐의와 조사 과정을 외부에 알려 망신을 준 것 아니냐는 검찰 일부의 불만은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검찰은 잠시 수사 휴지기를 거치되, 예정대로 다시 수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의 ‘강압수사’ 논란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수사를 받았던 기업인이나 공직자가 때만되면 나왔던 항변이었다. 지난 10년간 검찰 조사 중 자살한 이가 100명은 넘는다고 한다. 그때마다 검찰 수사는 합법적으로 진행됐고,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항변하던 검찰이다.

지금 검찰의 국정원 수사는 위에서 떨어지는 ‘하명수사’와는 결이 다르다.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온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면서 나온 의혹들이 하나둘 벗겨지고 있는 측면이 더 강하다는게 많은 국민들의 생각이다. ‘적폐 청산’에 대한 무수한 여론 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물론 이 기회에 검찰이 수사 과정에 무리는 없었는지, 강압수사를 하고 있는지, 여론몰이를 통해 특정 개인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지 등에 대해선 다시 한번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로 인해 수사가 중단되거나 수사의 방향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게 대부분 국민들의 목소리다.

사회섹션 법조팀장/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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