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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성희롱 신문고된 대나무숲…제보는 빈번, 검증은 허술
-익명의 ‘카더라 통신’ 등 고발성 제보 빈번
-엉뚱한 오해…명예훼손 등 피해자도 속출
-검증 메뉴얼 없어…문제땐 관리자 법적책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 대학생 A 씨는 간밤에 울린 카톡에 식은 땀이 났다.‘OO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단체 카카오톡방 성희롱 사건의 당사자가 A 씨와 친구들이라는 ‘카더라’ 통신을 들었기 때문이다. A 씨 자신은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온 사건 가해자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일단락지만 임용시험을 며칠 앞두고 퍼진 뜬소문 탓에 얼마간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최근 대학교 학생들끼리 개인적인 고민이나 학내 사안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대나무숲’ 페이지에 고발성 제보가 빈번하게 들어오는 가운데, 페이지의 학생 운영자들이 정확한 사실검증 매뉴얼 없이 게시물을 게재하는 사례가 발생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2시께 모 교육대학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고발하는 게시물이 게재됐다. 카톡방을 캡처한 것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함께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함께 실렸다.

문제는 A 씨처럼 익명의 게시글로 인해 명예가 훼손되는 등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의 신상을 특정할 경우 받게 될 불이익 등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제보하고, 대나무숲 게시자 역시 페이지의 취지에 따라 확인이 어려운 제보를 게재해주다보니 같은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 되고 있다.

게시글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동안 사건과 무관한 다른 학생들 역시 A 씨처럼 의심의 눈초리를 견뎌야했다. 실제 가해자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소문만 확산되자 “벌써 남학생을 향한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뒤에서 이사람 저사람 의심해놓고 아니라고 하면 끝이냐. 총학의 대처를 지켜보자”라며 2차 피해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지적하는 게시물도 게재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2차 피해가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진이 제보된 글에 대한 별도의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서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대다수 총학생회 등이 아닌 평범한 학생들로 구성되는 페이지 운영진들은 제한된 인력과 정보력 탓에 제보된 사실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의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진은 단톡방 성희롱을 고발하는 글을 게재 여부를 둘러싼 논의 과정이 있었다는 글을 올렸지만, 추가로 문의한 결과 게재를 요청한 내용이 사실인지 별도의 확인절차는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모 대학 대나무숲 페이지 운영진의 글. 법적 소송에 휘말릴 수 있어 게재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대나무숲 페이지를 운영하는 평범한 학생들이 고발성 게시물로 명예훼손의 책임을 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요했다.

권 교수는 “게시물이 명예훼손 등 논란에 휘말릴 때, 첫번째 책임자는 제보자가 아니다. 게시자인 페이스북 관리자다”라며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되기 위해선 객관적으로 사실확인을 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제보자가 보낸 구체적인 메시지 등을 꼭 보관해 어느 정도까지 노력했는지 증명자료로 갖춰둘 필요가 있다. 또한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게시가 아닌 공익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증명하면 증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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