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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②대중교통 에티켓] ‘먼저 앉는게 임자?‘ 버스 뒷문 탑승…안전은요?
-하차 승객과 뒤엉켜 ‘아찔’…사고 위험도
-지하철선 ‘내리고 타기’ 실종…출퇴근 짜증길
-“에티켓보다 법규위주 교육, 안걸리면 된다 의식 팽배”

[헤럴드경제=원호연ㆍ유오상ㆍ김유진 기자] 대중교통은 많은 사람들을 한번에 편리하게 이동시켜주는 수단이지만 다중이 이용하다보니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서로 불쾌감을 느끼는 동시에 안전에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먼저 내리고 타기’, ‘정해진 문으로 승ㆍ하차 하기’ 등 기본 매너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뒷문승차가 불법은 아니지만 버스에서 지켜야할 에티켓 중 하나다.

혼잡하기로 악명이 높은 사당역 4번 출구와 5번 출구 사이 버스 정류장. 안양과 과천 등 경기도 남부로 넘어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북적인다. 버스를 기다리는 줄은 일자로 잘 서 있지만 일단 버스가 도착하면 전쟁터로 돌변한다. 아직 멈추지도 않은 버스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 앞문에 사람들이 몰린 틈을 타 얌체처럼 뒷문으로 몰려드는 사람도 눈에 띈다. 

복잡한 버스 정류장일수록 사람이 내려야할 버스 뒷문으로 올라타는 ‘얌체’ 승객이 자주 눈에 띈다. 빨리 올라타 자리를 차지하려는 꼼수지만 버스 기사 시야를 가려 위험천만이다. 사당역 5번출구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뒷문 승차를 감행하는 시민들.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뒷문을 통해 버스에 오른 직장인 송모(28) 씨는 “이곳에서는 다들 이렇게 탄다. 나도 남들이 더 빨리 타서 자리에 앉는 걸 보고 따라했을 뿐”이라며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고 집까지 서서 갈 힘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그랬다”며 겸연쩍어 했다. 매일 뒷문으로 승차한다는 또 다른 직장인 박모(28) 씨는 “문 하나로 들어가면 느리고 답답하지 않느냐. 내릴 사람 내리고 타는 건데 뭐가 문제냐”며 되레 큰 소리를 냈다. 뒷문 승차가 별 문제가 없다는 투다.

그러나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들은 생각은 다르다. 박인현(51ㆍ주부) 씨는 “가뜩이나 가파른 버스 계단을 내려가기 벅찬데 다른 사람들이 앞을 가로 막고 있으면 아스팔트 바닥이 보이지 않아 발을 헛딛기 일쑤”라며 “버스 기사는 왜 뒷문으로 타는 사람들을 막지 않고 문을 열어주는지 알 수 없다”고 불쾌해 했다.

사실 버스 뒷문 승차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사람의 신체를 감지하는 센서가 차량 내부에만 있어서 뒷문으로 타는 승객을 보지 못하고 버스기사가 문을 닫으면 부상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버스카드를 먼저 찍겠다고 팔을 버스 안으로 넣더라도 버스기사 시야에는 잘 보이지 않아 위험천만이다. 

이같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버스 기사들은 승차하려는 승객들을 놔두고 문들 닫지 못한다. 경기도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임모(58) 씨는 “출퇴근 시간에 앞문만 열고 사람 태우면 뒤에 자리 비었는데 승객 덜 태운다고 회사로 항의 전화가 온다”며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으니 뒷문이라도 열고 빈 자리 채워야지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안전 때문에 사람 많이 타고 내리는 사당역은 최대한 천천히 승하차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지하철에서 전동차 안의 승객이 먼저 내리고 타야 승하차가 원활히 이뤄지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출근길 시민들로 혼잡한 서울 지하철 3호선 교대역 승강장. [사진=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위험한 새치기’는 버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교대역은 출근시간대가 지난 오전 9시에도 전동차를 기다리는 대기줄이 길다. 전동차가 도착할 때마다 내리려는 사람과 타려는 사람이 엉키기 일쑤다. 특히 계단 앞 출입구는 더 혼잡하다. 한 70대 노인이 다른 사람과 문앞에서 마주치자 “왜 이제야 내리냐”며 큰소리를 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승객들이 뒤엉킬 때마다 전동차는 닫았던 문을 다시 열면서 시간이 지체되기 일쑤다.

직장인 이준(35) 씨는 “사람 많은 서울 지하철에서 이 정도 불편은 어쩔 수 없겠지만 급한 출근길에 원칙대로 기본 매너도 없는 사람이 너무 많아 짜증이 난다”고 했다.

닫히는 지하철 문에 가방이나 우산 등 물건을 넣어 강제로 열고 타는 위험천만한 상황도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8월 지하철 승강장에서 무리하게 탑승하려다 열차 출입문이나 스크린도어에 끼인 사고가 116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6월에는 8호선 가락시장역에서 승강장 안전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도 뛰어와 전동차에 올라타려던 이용자가 닫히던 스크린도어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허리를 다쳤다. 최근에는 여의나루역에서 한 승객이 무리하게 전동차에 뛰어들어 몸만 전동차 안에 들어가고 가방이 출입문에 끼이면서 승강장 장애물 검지 센서가 고장나기도 했다.

이처럼 대중교통을 타고 내릴 때 기본적인 에티켓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대중교통 이용 승객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독일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선 초등학교부터 교통과 관련된 도덕과 윤리를 폭넓게 가르치지만 우리나라는 법규 위주로 교육하다보니 법에만 저촉되지 않으면 어겨도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며 “현재 운전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교통 관련 교육을 보행자와 대중교통 이용자를 대상으로 에티켓 교육까지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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