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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②대중교통 에티켓] 두바이 지하철엔 ‘여성 전용칸’…남성 탑승땐 ‘벌금’
-지하철 만원에도 여성칸 넘보지 않는 남성들
-“여성은 보호의 대상”…’역차별 논란’ 없는 두바이

[헤럴드경제(두바이)=이현정 기자]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서 관광객들이 쇼핑하기 위해 꼭 들른다는 두바이몰역. 오가는 승객들로 지하철역 플랫폼은 쉴 새 없이 북적였지만 플랫폼의 한 구역은 유난히 특별했다. 분홍색으로 ‘특별 구역’임을 알린 해당 구역엔 여성들만 줄을 서 있었다. 전동차가 역에 들어서고 스크린도어가 열리자 분홍색 존에선 여성 승객들만 쏟아져 나왔다. 이 곳은 여성 및 어린이 전용칸(이하 여성칸)이었던 것. 전동차 옆 칸과 칸막이 없이 분홍색 선으로만 구분 지어놓은 여성칸엔 여성 승객들만 앉아 있었다. 빈 자리가 일부 있었지만 옆 칸에 서 있는 남성들은 이 빈자리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두바이는 지난 2013년 전동차 5량 가운데 한량을 여성칸으로 두는 여성ㆍ어린이 전용칸 정책을 도입했다. 도입 초기에는 주중 출퇴근시간에만 한해 여성칸을 운영했으나 시민들의 호응과 수요에 힘입어 두바이 지하철공사는 지난 2015년 여성칸을 두량으로 늘리고 운영시간 제한도 없앴다. 여성 승객들은 다른 전동차 칸도 자유롭게 탑승할 수 있지만 문화적으로 남성과의 접촉을 꺼리는 여성들을 배려하고 성범죄 우려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여성칸은 원칙적으로 여성과 어린이만 사용할 수 있지만 여성 가족들과 함께 나온 남성들은 예외적으로 여성칸을 탑승할 수 있다.

두바이 지하철에는 전동차 다섯 칸 가운데 두 칸을 여성ㆍ어린이 전용칸이 있다. 만약 남성 승객이 여성칸에 서 있거나 앉아 있다 적발되면 100AED(한화 3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두바이 지하철의 여성칸은 엄격한 규정 하에 운영된다. 만약 남성 승객이 여성칸에 서 있거나 앉아 있다 적발되면 100AED(한화 3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전동차 칸 내부마다 CCTV도 설치돼 있고 여성승객이 지하철 전화를 통해 곧장 역무원에게 신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여성칸 운영 정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2년차 직장인 안쥬 아마렐(32ㆍ여) 씨는 “여성칸을 타면 남성들이 없어 심적으로 훨씬 안전하다는 느낌을 줘 매우 만족스럽다”며 “두바이 자체가 여성에게 안전한 도시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직장인 부티나 쿠리(26ㆍ여)씨도 “지하철을 통해 여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몸소 느낄 수 있다”며 “여성으로 살기 안전하다는 것은 남녀노소 모두가 살기 안전하다는 뜻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성 승객들도 지하철 여성칸 정책을 존중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아구르 아구트(45) 씨는 “지하철의 여성칸 운영에 대해 특별히 불만을 가진 적이 없고 다른 남성들도 비슷할 것”이라며 “여성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의 안전을 위한 정책이라면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두바이 지하철에는 전동차 다섯 칸 가운데 두 칸을 여성ㆍ어린이 전용칸이 있다. 만약 남성 승객이 여성칸에 서 있거나 앉아 있다 적발되면 100AED(한화 3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두바이 지하철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여성칸을 상시 운영 정책이 도입된 초반에는 남성 100여명이 여성칸을 이용하다 적발됐다. 그러나 지속적인 홍보로 적발 건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 두바이 지하철공사의 설명이다.

두바이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지하철이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에도 대부분의 승객들이 여성칸 전용 정책을 지킨다”며 “일부 남성 승객들이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탑승할 때 실수로 여성칸에 타는 경우는 있지만 곧바로 자리 이동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성들도 이 여성칸 정책이 여성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운영되는 것을 모두 인지하고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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