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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준생“자소서 7시간 투자”…체감실업률 30%
모바일퓨처리스트 255명 설문
“30~40개 기업에 지원”34%
자소서에 불필요 “부모학력”81%


#.서울소재 인문계열 4학년 재학중인 김윤주(가명) 씨는 아침 9시부터 시험 공부하는 마음으로 자기소개서와 씨름을 한다. 지원동기는 회사에 대한 분석이 필수다. 회사의 홈페이지, 회사 관련 신문기사 등을 모두 파악하려면 3시간 이상이 걸린다. 단순히 기업의 정보를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하면 큰 코 다친다. 자신의 언어로 바꾸려면 몇시간은 더 걸린다. 학창시절이나 자신의 장ㆍ단점 쓰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26년 그동안의 삶을 아무리 돌아봐도 크게 내세울 게 없다. 자소서에 쓸 만한 게 있는 것을 겨우 끌어 모아 부풀리기 작업을 해야 한다. 자소서 한줄에서 당락이 좌우되기도 한다니, 때론 한 줄을 쓰는 것도 벅차다. 창작의 고통 끝에 자소설(자기소개서+ 소설)을 쓰다보면 반나절이 지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내일부터 10번 이상 고쳐쓰기 작업을 거쳐야한다. 맞춤법 검사기도 돌려보고 합격한 친구에게 첨삭도 받아야 한다. 윤주 씨는 ‘느는 것은 글쓰기 실력 뿐. 이럴 거면 소설가가 되고 말지’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번씩 한다. 


하반기 취업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취준생들은 자소서와 씨름중이다. 올해 9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9.2%이라고 하지만 이를 액면대로 받아들이는 취준생들은 많지 않다.

1일 KT 대학생 대외 활동 그룹인 모바일퓨처리스트(MF) 2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준생 리포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느끼는 평균 체감실업률은 30%가 넘었다. 40%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26%에 달했다. 이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뚫으려면 1단계 관문인 자기소개서 전형부터 ‘전쟁’이라고 호소했다.

▶자소서 쓰는 데 한해 평균 200시간=KT 모바일 퓨처리스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준생들이 자기소개서를 1개를 쓰는데 보내는 시간은 평균 7시간이었다. 자소서에 쓰는 시간으로 7~9시간이 걸린다는 학생은 전체 응답자 중 38%로 가장 많았다. 9시간~11시간 걸린다는 학생들도 17%에 달했다.

취업 준비생들이 한 해 지원하는 회사의 수는 평균 3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한해 30~40개의 회사에 지원한다는 학생들은 34%로 1위를 차지했다. 20~30개를 쓴다는 학생은 21%, 40개 이상 쓴다는 학생들도 17%에 달했다. 한해 평균 35개의 회사에 지원한다고 계산했을 때 자소서를 쓰는 데 약 245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학생들은 최근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자소서를 작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한모(27) 씨는 “스펙을 최대한 안본다는 것은 자소설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같은 직무만 지원하는 게 아닌데, 같은 경험을 두고도 각 직무에 맞게 변형해서 쓰려면 새로 쓰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자소서 문항으로는 부모학력이 1위(81%)로 꼽혔다. 부모직업은 2위를 차지했다. 키 몸무게, 혈액형, 초중고 정보 등이 뒤를 이었다. 부모와 관련된 정보를 자기소개서에 작성하는 것에 대해서 학생들은 “지원자의 능력과 부모의 배경을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펙을 안보는 기업이 늘었다지만, 자소서용 경험 스펙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평균 293만원에 달했다. 스피치 학원부터 해외 자원봉사까지 드는 비용도 최소 2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취업을 위해 ○○○까지 해봤다=취업 준비생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기 위해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경험 만들기에 매달리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토익ㆍ해외연수’ 외 취업을 위해 공들이고 있는 신(新)스펙은 무엇이 있는지 물었더니 책 출판, 평창 올림픽 홍보대사, 빅데이터 자격증, 벤처기업 설립, 성형수술 등 다양한 경험이 쏟아졌다. 대기업 홍보직군에 직원하기 위해 직접 책을 집필했다는 취업준비생 정모(28) 씨는 “창의적이고 표현력이 좋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보니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실제 면접관들이 열정있어 보인다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외모 관리도 새로운 스펙이라는 학생들도 다수 있었다. 정세희ㆍ김유진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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