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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공무원들 잇단 극단 선택…‘박원순 표’리더십 휘청
새 기조실장 임명불구 조직 동요
“공무원 조직 무능”무시에 반발
보상도 없이 직원처우 ‘나몰라라’
불만팽배 하위직 여론마저 싸늘


“시장님 너무 힘들어요 3선 도전하지 마세요”. “당장 여덟 번째 희생자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 “이명박, 오세훈 시절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최근 서울시 직원들이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을 표적삼아 내뱉는 이야기다.

시 직원의 극단적인 선택이 일곱 번째 반복된 데 따른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국정감사라는 산을 넘고 새 기획조정실장도 앉혔지만, 조직 동요는 가라앉지 않고 도리어 격화되는 모양새다.

박 시장은 지난 달 30일 윤준병 상수도본부장을 기획조정실장 직무대리로 내정했다. 같은 달 10일 장혁재 기조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3주가 지나서야 결정됐다. 시 고위공무원 A 씨는 “박 시장이 시의 컨트롤타워를 지휘하는 핵심인물인 기조실장을 3주나 임명하지 못한 건 그만큼 공무원 조직을 제 편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번 일로 박 시장의 포용력에 밑천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시장은 그를 위해 먼저 나선다는 공무원이 없어 7~8명의 후보군만 몇주 째 만지작거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 고위공무원 B 씨는 “이명박, 오세훈 시장도 일은 많이 줬지만 격무부서에 나선 직원에겐 반드시 승진이라는 보상을 줬는데 박 시장은 일은 산더미로 주면서도 직원 처우에는 ‘나몰라라’한다는 말이 무성하니 직원들도 충성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듯, 박 시장에 대한 시 직원의 분노는 끝을 향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재임기간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시 직원은 ‘소모품’ 내지 ‘무능한 집단’이라고 무시하며 도저히 못할 일을 할당하고 신뢰하는 시민단체들을 총 동원, 밤낮 없이 죄인처럼 감시한다는 게 그 이유다.

한 직원은 “시청 직원들은 박시장이 3선 도전한다는 선언을 할까 걱정하고 있다”며 “이제 서울시는 다른사람한테 맡기고 민주당으로 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있는 동안 시 직원 7명이 목숨을 끊었지만, 산하기관으로 가면 더 많은 직원들이 생을 마감했다. 서울교통공사로 통합하기 전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선 기관사 3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서울주택도시(SH)공사 안에서도 박 시장이 적극 추진했던 마곡사업단 소속 직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의문사도 있다. 시 푸른도시국 직원이 어느 날 노원역 일대 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정확한 사인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는 고충민원을 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6일에는 시 인재개발원에서 교육을 받던 직원이 쓰러져 사망했다. 이 외에도 더 많은 사망자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서울시는 이를 쉬쉬하며 넘어가고 있다.

국정감사 이후 시 직원들이 박 시장을 보는 눈길은 더욱 싸늘하다.

반복되는 사고와 인사 문제를 지적받은 박 시장이 한 말 하나하나가 상당수 공무원들에게는 뼈 아팠다. 박 시장은 “책임을 지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4급 이상 개방형 임기제 공무원이 기존 16명에서 취임 이후 56명으로 늘고 이들의 정책간섭이 심하다는 말엔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중요 정책은 해당 실ㆍ국ㆍ본부장이 책임지고 있다”고 외면했다.

이에 대해 시 직원 D 씨는 “고건 시장이 재임기간 데려온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거의 없었다”며 “박 시장은 고건은 물론 이명박, 오세훈 시장때보다 수십 배가 넘는 사람들을 데려와 시를 장악하려 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의 지시인 척 제 잇속을 챙기는 외부 출신 인사가 상당수”라며 “‘세금을 이렇게 써도 되나’라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서울시의회도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양준욱 의장 비서실장이 승진 자리에 ‘자기 사람’을 앉히려는 데 혈안이라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다수의 시의회 관계자는 “비서실장이 4급으로 들어온 후 누가봐도 ‘밀어줬다’고 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근무성적 평정(근평)을 받고 상승세를 타는 직원이 있다”며 “고참도 있고 승진 대기중인 직원들도 많은 상황에서 미심쩍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직원들이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박 시장은 일곱 번째 공무원 투신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조직 곳곳에 잡음이 일고 있는 이 모습을 주목해야 한다”며 “대외활동보다 식구들을 챙기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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