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유닛’은 아이돌로 데뷔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부족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이들에게 기회를 줘 무대 위에서 꿈을 펼치기 위한 도전과 성장과정을 그린다고 했지만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연습생이나 갓 데뷔한 신인들도 참가시킴으로써 새로운 아이돌 유닛 멤버를 뽑는데 방점이 찍힐 것 같다.
‘믹스나인’은 양현석 YG 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가 전국의 기획사를 탐방하며 잠재력이 있는 보석을 발굴해 프로젝트 그룹을 만든다는 모양새다.
이렇게 두 프로그램의 형식이 다르지만, 어린 친구들의 절박함을 소비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똑같다.
두 프로그램을 거칠게 비교하면 장단점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보강해야 할 점도 노출되고 있다.
‘더 유닛’은 심사위원을 선배군단이라고 부름으로써 평가보다는 참가자들과 함께 하고, 도와준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엄연히 심사를 한다. 관객 심사위원단의 일정 이상의 부트를 받지 못하면 합격과 탈락 여부는 선배군단이 결정한다.
‘더 유닛’은 악마의 편집, 자극성을 제거해 따뜻함을 지향한다. 따뜻한 조언자(멘토)를 추구하고 실제로도 따뜻함이 녹아있다. 그 반대급부로 촌스러움과 밋밋해서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얻었다. 제작진도 공영방송 KBS라는 스테이션 이미지에 부합시키려는 나름의 고충이 엿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따뜻함과 너그러움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나무엑터스 신인 배우 이정하에 대해 비는 “실력이 부족한데 좋은 건 처음”이라며 결국 통과시켰는데, 실력이 엉망인 이런 참가자를 합격시켰다고 따뜻한 프로그램이 되는 게 아니다.
누구를 평가하기보다는 도와준다는 의미의 프로그램이라고 해놓고 사실은 평가와 심사를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합격과 탈락의 가이드라인은 오히려 더 엄격해야 한다. 이런 기준을 계속 적용하는 것은 뜨지못한 아이돌의 간절함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차후 이정하 사례를 들어 심사기준의 모호함을 지적할 수도 있다.
1회만으로 본다면 ‘믹스나인’은 ‘더 유닛’보다 더 재미 있었다. ‘센 언니’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안무가 배윤정(야마앤핫칙스 대표)이 자금 때문에 걸그룹을 데뷔시키지 못한다며 울고 있다. 나름 한가닥 하는 용감한 형제가 양현석 프로듀서 앞에서 마치 무슨 잘못을 해 교무실에 불려온 학생처럼 꾸부정하게 있는 모습 등이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믹스나인‘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양현석의 갑질 오디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다. 양현석이 갑질을 한다는 게 아니라 프로그랫 포맷이 그렇게 돼있다는 말이다.
양현석 프로듀서가 원석을 찾아 삼만리 팔도 유람 기획사 투어라는 포맷 때문에 양현석이 좌지우지 하는 느낌이 난다. 용감한형제도 꼼짝 못하는데, 영세한 기획사를 찾아가서 “뭐 없냐” 하는 자체가 갑질 우려가 있다는 말이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울며겨자먹기로 이런 굴욕적(?) 상황을 맞이해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다양한 기획사에 YG 색깔을 입힌다 해도 양현석의 독주를 눌러줄 장치가 필요하다.CL이 옆에 앉아있지만 그런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이는 한동철 PD와 유성모 PD가 해줘야 한다. 양현석이 바바나컬쳐 이재준에게 “6년 동안 뭐했어?”라고 했을때, 이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해질 수 있는 기회나 상황, 평가 방식도 만들어져야 한다. 양현석이 아이돌그룹 제작의 대가이기는 하지만, 양현석 한 명의 필터링을 통과하지 못하면 기회를 놓친다는 포맷은 보완의 여지를 필요로 한다.
이와 함께 ‘더 유닛’과 ‘믹스나인’이 앞으로 공통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점이 있다. 아직 초반이라 어쩔 수 없었겠지만 비와 양현석보다는 참가자들이 좀 더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프로듀스 101’시즌2는 보아가 보이지 않았고 강다니엘이 보였다. 비와 양현석이 너무 자주 보이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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