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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샐러리맨 휴가 1억일 분실사건…국감에 비친 팍팍한 우리네 삶
칫솔살균제 등 유해물질 투성이
‘예산삭감’전통문화도 사라질 판
‘국민감각’으로 구태청산 나설때

‘유리 지갑’이라 버는 대로 한치 오차 없이 세금 내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눈치 보며 살아가는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은 총 1억일의 휴가를 분실했다. 여가가 적고 놀 곳도 마땅찮아 찾았던 인형뽑기방은 수익조작을 하는 건지 집게가 헐거워 ‘꽝’만 난다.

오랜만에 운동하러 근린 체육시설을 갔더니 발암물질 투성이다. 참았던 담배 한 개비 뽑아 물었더니, 유해물질이 표시를 초과하는 담배가 대부분이란다. 생리대만 그런줄 알았더니 매트, 바닥재, 수정액, 심지어 아이들 교실까지 유해물질 투성이라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풍악에 마음을 실어보지만, 무형유산 전승자가 없어 한국문화에 ‘한국’이 빠질지 모른다는 걱정소리 들린다.

▶여가=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우리의 생활 문화 환경은 이렇듯 팍팍했다. 교문위원회에서는 ‘잃어버린 휴가 1억일’이 화두가 됐다. 샐러리맨 1인당 미사용 휴가 5.6일에 전체 직장인 수 1923만 명을 곱해 얻은 숫자는 1억768만일이라는 것이다.

입시지옥의 10대부터, 직장초년병 30대까지 여가가 부족하니 전국 2만226개로 늘어난 인형 뽑기 기계 이용자는 10~30대가 76%를 차지한다. 게임물관리위 조사결과 이용자 70%는 ‘집게 힘이 부족하다’, ‘집게 힘을 조절해 수익률을 높이는 꼼수 부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표했다.

어쩌다 운동 좀 하려고 동네 생활체육시설에 가보는데, 이곳은 중금속과 발암물질에 오염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자체가 관리하는 우레탄트랙 1332개 중 63%, 인조잔디 근린운동장 933개 중 55%에서 기준치를 넘는 유해물질이 나왔다.

▶생활용품=참았던 담배 한 개비를 뽑아 문다. 그러나, 국내 시판되는 담배 173종 중 타르가 표기된 수치보다 높게 나온 제품 148종(85.5%), 니코틴이 높게 나온 제품은 88종(50.8%)에 달했다. 국산은 더했다. KT&G 77종 중 타르 과다검출은 무려 66종(85.7%), 니코틴 초과 검출은 46종(59.7%)이었다.

생리대 문제에 이어 시중에 판매되는 가정용 매트, 실내용 바닥재, 수유패드, 칫솔살균제, 수정액 등 생활화학제품의 66.7%에서 살생물질 또는 유해화학물질이 함유됐다는 국감자료를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서울교육청 국감에서는 올 상반기 점검에서 중금속이 과다검출된 것으로 확인된 학교 유치원 207곳 중 8.7%만 개선 작업을 끝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1980년대 공업사 밀집지대로 등교하고 있다.

▶문화=이런 학습환경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 상당수가 스타연예인이나 국가대표 운동선수를 꿈꾼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국가대표(1200명 안팎)의 40%는 소속팀 없이 한달에 110만원 정도를 받고, 배우 100명 중 소득 11~100위의 1년 벌이가 620만원에 불과하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합리적인 꿈을 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대중문화에 비해 우리 무형유산에는 후계자가 없다. 무형문화재 25%가 전승 단절 위기에 놓였는데, 이 중에는 태평무, 살풀이춤, 줄타기, 궁중음식 기능 등이 포함돼 있다. 전승 예산도 깎였다. 한국 문화예술에 ‘한국’이 사라질 판이다. 지금은 2017년. 구태 청산은 정치적 감각으론 힘들다. ‘건전한 생활인’, 국민의 감각으로 청소해야 한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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