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슈섹션] 미국 프로야구 최종 관문인 월드시리즈에 오른 LA다저스가 지난 29일 4차전 직전 모여 결의한 내용이 화제가 되고 있다.

LA다저스는 7전 4선승제인 미국 월드시리즈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마지막 승자를 가리는 중이다. 3차전을 마친 상태에서 경기 전적 1승 2패로 열세에 몰린 LA다저스는 4차전 직전 덕아웃에서 둥글게 원을 그리며 모였다. 이 자리에서 선수들은 3차전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를 가리키며 “너를 위해 이번 경기를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이 사실은 다르빗슈가 이날 경기가 실제로 LA다저스의 승리로 끝나자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수들 사진을 올리며 사연을 공개해 알려졌다.

일본 최고의 투수로 불리는 다르빗슈는 1승 1패의 상황에서 3차전 선발투수로 나왔다. 그러나 투수로서 그의 인생에서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다르빗슈는 불과 2이닝에서 6피안타 4실점으로 교체됐다. 통상 5~6회를 책임져야 하는 선발투수가 2이닝 투아웃 상황에서 조기 강판당한 것. 다르빗슈가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뛴 역사상 2회 조기 강판은 최초의 일이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다르빗슈의 부진이었다. 다르빗슈가 못 던졌고 상대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잘 친 것이다.

“널 위해 이겨줄께” LA다저스 월드시리즈 4차전 승리비화

그런데 문제는 다르빗슈의 강판 뒤 생겼다.

2회 다르빗슈를 상대로 선제 홈런을 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율리에스키 구리엘이 양손으로 눈가를 찢는 행동을 한 것. 누가 봐도 명백한 동양인 비하 제스처였다. ‘눈 찢어진 동양인은 어림 없다’는 메시지를 경기 중 표출한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인종차별 논란으로 이어져 MLB 사무국에까지 보고됐고, 구리엘이 다르빗슈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는 차원에서 마무리됐다.

다르빗슈 역시 “무례한 행동”이라며 불쾌함을 드러냈지만 “배움의 기회로 삼자”며 성숙하게 마무리지었다.

이어 다음 경기인 4차전 직전 다저스 선수들 전체가 모여 ‘(인종 차별을 당한) 다르빗슈를 위해 이기겠다’는 결의를 보인 것이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심각한 범법행위로 간주된다. LA다저스 선수들이 야만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이날 경기에서 다저스 선수들은 약속한대로 휴스턴에 6:2 역전승을 거뒀다.

월드시리즈는 다시 2승 2패로 원점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2경기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달렸다. 남은 경기가 2게임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3차전에 등판한 다르빗슈가 7차전에 등판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다르빗슈와 함께 다저스 소속인 한국의 류현진은 월드시리즈에 출전하는 LA다저스 선발투수 명단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