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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적성 무기력증’?…공채 끝나자 정신과 찾는 취준생들
-“공채일정 끝나자 우울감”…스트레스 호소 사례 많아
-“정신과 기록 남을까”…심리 상담센터 찾는 경우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취업준비생 정모(28) 씨는 올해로 취업준비만 3년차에 접어든 이른바 ‘취업 재수생’이다. 정 씨는 요즘 하반기 채용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집 근처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공개채용 일정이 끝나갈수록 무기력증이 심해지면서 급기야 불면증까지 찾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 채용일정 동안 여러 기업에서 진행하는 인ㆍ적성 검사를 반복적으로 공부하면서 문제집만 보더라도 불안 증세가 찾아온다고 호소했다. 정 씨는 “하반기 일정이 끝나면서 제일 먼저 올겨울 동안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한 느낌부터 들었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져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씨의 경우처럼 상ㆍ하반기 채용 일정이 마무리되는 시기에 취업 준비생들이 무기력감을 호소하며 정신과 상담 등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정신과 진료 기록이 취업에 불리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병원 진료조차 받지 못하는 취업준비생도 많은 상황이다.

취업준비생 김모(30ㆍ여) 씨도 최근 하반기 공채에 지원한 기업들에서 모두 탈락한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잇따른 스트레스에 최근에는 머리가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진단도 받았다. 김 씨도 정신과 진료 기록이 걱정됐지만,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다. 김 씨는 “빨리 회복해야 대시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다는 부모님의 설득 때문에 결국 병원 진료를 받게 됐다”고 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실제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18~29세 남성의 ‘주요 우울장애’ 유병률은 한 해 동안 3.1%를 기록했다. 지난 2011년(2.4%)보다 0.7%p 높아진 수치다. 같은 기간 성인 남자(18~64세)의 우울증 유병률이 오히려 1.2%로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20대의 수도 연간 5만명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작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해 병원을 찾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혜택을 포기하거나 아예 병원이 아닌 상담센터 등을 찾는 경우도 많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정신과 진료기록을 열람하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취업준비생들은 혹시나 모를 불안감 때문에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취업준비생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대학과 지자체도 자체적으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는 20~30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고시촌 마음건강지킴이’ 사업을 진행하며 취업준비생들에게 무료로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각 대학 취업센터에서도 장기간 취업준비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학생들에게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한 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장기간 취업준비를 하는 경우에는 스트레스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며 “대학에서도 심리상담 필요성에 공감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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