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리즘]‘만약 국정감사를 제대로 했다면…’
국정감사는 지난 1년간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해왔는지를 평가하는 자리다. 지난 5월10일 출범한 5개월여 기간 문재인 정부도 대상이지만, 그 이전 7개월도 감사 대상이다.

주로 여당은 문재인 정부 5개월보다 그 이전에 집중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의 원인을 파고들 수밖에 없다. 과거 정부가 왜 제대로 역할을 못했는지 진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구호가 ‘적폐 청산’이다. 국정원 적폐청산 테스크포스 등을 통해 드러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과오를 지적하며 공세를 높인다.

반면 얼마 전까지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5개월에 집중한다. 여당의 적폐청산에 대응해 ‘신적폐 척결’를 구호로 삼았다. ‘코드인사’로 인사정책이 실패했고, 북핵 위기 상황에 안보정책에서 무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 등을 적극 지적한다.

여야의 공략 지점이 다르니 국감장마다 쟁점이 자꾸 어긋난다.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며 딴 소리를 하는 꼴이다. 검찰청 국감에서 여당이 국정원 댓글사건, 블랙리스트 수사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를 요구하면, 야당은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을 따지며 새 정부의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여당이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이전 정부 핵심 인사들을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면 야당은 ‘정치보복’이라며 거부하고,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의 잘못도 심판하자며 맞선다.

파행은 피감기관 국정감사와는 무관한 정치적 이슈로 일어난다. 헌법재판소 국감은 문재인 대통령의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 유지 결정에 반발한 야당의 보이콧으로 진행되지 못했고, 교육부 국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조작 자료제출’ 공방으로 자동 산회됐다. 해당 피감기관이 그동안 무슨 일을 해왔고, 무얼 잘하고 잘못했는지와 상관없는 이슈로 국정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ㆍ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장에서 모 국회의원은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 검찰을 꼽았다.“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책임이 검찰에 없어요? 검찰이 제 역할만 했어도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태까지 왔겠습니까?”, “검찰 스스로 과거에 대해 국정농단과 함께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스스로 적폐청산을 선행해야 옳은 것 아닌가요!” 며칠 전 감사원 국정감사에서는 감사원의 잘못이 국정농산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만약 감사원이 청와대나 국정원, 검찰에 대한 직무감사를 제대로 했으면 최순실 사건, 댓글 사건, 검찰의 우병우 사단 이런 것들이 나왔겠어요?”

이런 식의 진단은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가장 흔한 레퍼토리다.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했다면…”, “국정원이 제대로 일했다면…”.

지금 국감 현장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어떨까. 똑같은 논리를 국회의원들에게 적용하고 싶지 않을까. ‘만약 국회가 제대로 일을 했다면…’, ‘만약 국회가 정파적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검찰 같은 사정기관이나 권력 기관의 국정감사를 제대로 했다면…’.

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