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박계 반발, 배신자 프레임…朴에 잡힌 보수대통합
- 한국당 내 계파 싸움 전초전이란 분석도
- 본질에서 차이나는 바른정당ㆍ국민의당, 중도연합
- 안보관부터 지역기반까지, 넘기 힘든 간극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자유한국당이냐, 국민의당이냐, 방향을 두고 고민하던 바른정당 내 두 노선이 이번에는 각각 속도 문제에 부딪혔다. 한국당 내 친박계는 ‘지금은 이르다’며 반발했고, 국민의당과 힘을 합치려던 자강파는 안보관 등 근본적 신념 문제로 말미암아 가속도를 못 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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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 본격화된 보수대통합=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정책공조 정도로 함께할 때, 그런 시기가 온다”며 “정치는 타이밍인데, 지금은 아니다”고 했다. 바른정당과의 궁극적인 합당을 맞을지 몰라도 지금처럼 한국당이 조건을 맞춰주는 식으로 속력을 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홍준표 대표는 합당의 방식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이라며 무조건을 외쳤지만, 속도에 대해선 ‘전당대회 전’으로 못 박았다. 조건은 맞춰줄 테니 빨리하자는 이야기다. 친박계는 이에 ‘대통령 탄핵시킨 정당’이 돌아오는데, ‘조건이 어디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사람들이 정당(바른정당)한다”며 “재판이 끝나고, 공감대가 형성돼는 내년에나 통합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바른정당이 돌아갈 테니) 양탄자 깔아놓아라는 식으로 조건을 달고 돌아오려 한다”며 “정권을 뺏기게 한 사람이 영웅이 돼 돌아오는 정치문화는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친박계 반발이 계파 싸움의 전초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1차 복당파가 바른정당 복당파를 불러와 세를 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표적 복당파인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통합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당내 몇몇 이들은 이에 ‘우리는 바보라서 그때 폼 안내고 남아있었느냐’는 식이다.

특히, 친박계 사이에서 ‘배신자’ 프레임은 강력하다. 서 의원이 ‘정권 뺏기게 한 사람’이라고 지칭한 데에도 이런 인식은 들어난다. 한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잠잠하지만 뭐 하나만 터지면 계파 싸움은 언제든 일어난다”며 “민감한 이야기가 나오면 이쪽에서 한명 저쪽에서 한명씩 시간차로 나오지 않느냐”고 했다.

위기에 몰린 보수진영이기 때문에 갈등이 수면 아래에 있었을 뿐, 바른정당이 온전히 돌아오면 지리했던 계파 싸움은 다시 점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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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본적 성격 차이, 느려지는 중도대통합= 한국당 통합파에 맞서 국민의당과의 연합으로 방향을 선회한 자강파는 ‘근본적 성격 차이’ 때문에 고민 중이다. 보수 가치의 핵심인 안보문제서부터 지역기반까지 태생 자체가 다른 두 정당을 붙이기엔 태생부터 결의 차이가 크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국민의당과 통합설과 관련 “개혁보수의 뜻과 가치가 통합의 유일한 원칙”이라며 “개혁보수의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정당을 같이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국민의당이 안보 문제에서 그동안 오락가락을 많이 했고 우리와 생각이 다른 정책이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의 정신과 어긋난다면 통합은 없다는 말이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은 초반부터 안보관과 지역의 차이 때문에 파열음이 났다. 햇볕 정책과 호남 거물의 계승자들이 포진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본질에서부터 부딪치는 형국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이에 한 라디오에서 “(유 의원이) 그 전부터 햇볕정책이나 호남 세력과는 함께 할 수 없다고 한다는 얘기는 쭉 회자됐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민주세력 집권, 햇볕정책 계승ㆍ발전, 호남 차별이 없는 나라라는 이 세가지 목표에서 만약 하나라도 일탈하는 것이 생기면 제가 움직이는 것에 한계가 생길 것이다”고 했다. 이어 “(탈당을 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제 생각을 들키는 기분”이라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통합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속도 조절 중이다. 안 대표는 “국감 끝나고 나서 내부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호남계가 ‘탈당 가능성’까지 공공연히 내보이는 상황에서 국감 이후 설득이 먹힐지도 미지수다. 두 당의 원내대표 그리고 전 대선후보까지 당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모두 통합 의지를 보였지만, 근본적 당색 차이는 넘기 힘든 벽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만났던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앞서 통화에서 “자강파가 만약 교섭단체가 무너진다면 계속 가만히 있을 거냐는 문제다”며 “아직 정리가 안 됐다”고 했다. 이어 “불확실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통합파가 분리돼 나간다면 그 뒤에야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신뢰형성이 먼저다”며 “대선기간에도 추진하다가 안 됐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본래 연대 정도의 논의였다. 국민의당과 합당은 속도를 낼 수가 없는 상태다”며 “자강파는 일단 전당대회를 해야하는 상황이다”고 했다. 이어 “지금 통합 논의가 불 붙어 버리면 합동 전당대회하지 왜 전당대회하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