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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성대규 보험개발원장]왜 우리 경제엔 ‘어르신’이 없을까
주말 저녁, 잠이 오지 않아 TV를 켰다. 마침 다큐 한편이 방영되고 있었다. 제주도 자전거투어를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다.

“내가 늙었다고 가만히 있지 말고 하던 일을 그냥 계속하면 돼. 꾸준하게”

91세의 할머님의 인터뷰를 듣는 순간, 시나브로 소름이 돋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하지만 연세가 무색할 만큼 에너지가 넘쳤고, 멋있어 보였다.

경북 영천의 고향집에 내려가 보면 온통 어르신 들 뿐이다. 세계적으로 75억 명의 인구 중 10억 명이 노인이라고 한다. 이렇듯 노년층은 전체 인구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소비자이다. 전 세계 노인 5명 중 1명은 중국 사람이다. 중국에서는 높은 수요층을 위해 “Made in Japan”으로 해답의 힌트를 찾고 있다. 일본의 실버용품들은 종류만 약 4만개로 중국에 비해 20배나 많다. 이미 중국은 폭발적인 시장수요로 일본제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서 중풍, 치매 등으로 부모형제를 보살피는 가족들을 보면 돌봄 서비스, 의료, 경제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젊은 시절 연금, 질병보험이라도 가입했으면 다행이었을 것이다. 환자는 머리감기, 씻기, 화장실 이용의 두려움을 얘기한다. 관련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마트에 가보면 없다. 수소문해서 찾다보면 병원근처 의료기기상 등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수요가 많지 않다고 본 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이유이다. 안타까운 현실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산업 자체가 적다는 것이다. 금융 산업도 노인들을 위한 상품이 한정적이고 구매의 어려움이 있다.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 행동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이 늙은이로 취급되는 것에 반발한다고 한다. 노인들이 취한 가장 적극적인 행동은 쇼핑이나 음식을 준비하는 소비행위였다고 한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작가 박범신은 소설 ‘은교’에서 이렇게 외쳤다.

카카오뱅크의 돌풍에 금융 산업은 엄청난 변화가 휘몰아치고 있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과거의 습관을 지속하려하고, 새로운 IT기기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 쇼핑 트렌드와 상품개발 주기가 단축되고, 모바일화 되면서 고령자의 속성도 변화되고 있다. 고령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노년층 대상의 상품을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기업들은 그간 인식하지 못했던 노년층 소비자를 신규 고객으로 맞이해야 한다. 고령층 소비자에 대한 수요를 보다 세밀하게 파악하고 제조, 서비스해야 한다. 경제의 축이 고령층으로 이동하고 있다.

주변 지인들은 지금부터라도 보험도 가입하고, 건강을 지키고 만들기 위해 부쩍 노력하는 모습이다. 아프지 않고 잘 늙어서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명 같기도 하다.

언젠가 ‘자식들이 다 커서 출가를 하게 된다면?’을 문득 생각한 적이 있다. 언젠가 닥칠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두 딸이 사용하던 방은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연습실로, 아들 방은 평소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고급형 서재로 리모델링하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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