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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엇갈리는 통상임금 판결…’김명수 대법원‘ 고정성 기준 구체화할까
-대법원, 짝수 달만 지급 상여금에 고정성 인정안해
-계류중 현대중 6000억원대 소송도 고정성이 쟁점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퇴직금과 초과근무수당 등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놓고 노사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2013년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급여는 명칭을 불문하고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지만 일선 재판부마다 다른 결론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통상임금 요건 중 지급 여부가 미리 확정돼 있어야 한다는 ‘고정성’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는 최근 근로자 김모 씨가 회사 T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도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을 갖췄는지에 대해 판단이 엇갈린 사례다.


T사는 단체협약에 따라 해마다 짝수달과 설, 추석 등 1년에 8번 100만원씩 연 800만 원의 상여금을 지급해왔다. 김 씨는 소송을 내 이 800만원은 명칭만 수당일 뿐, 사실상 모든 근로자에게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퇴직금과 초과근무 수당도 800만원을 포함해 더 많은 금액을 기초로 다시 산정해야 한다.

1,2심 재판부는 이 800만원이 모든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 돈이 지급될지 여부도 미리 정해져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고정성 요건도 충족된다며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T사는 기능직 근로자 퇴사자 124명에겐 이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800만원이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고 결론냈다.

지난 2015년 현대차 근로자들이 낸 통상임금 소송도 이 부분에 관해 노ㆍ사가 대립했던 사례다. 이 사건에서는 ‘두 달을 기준으로 15일 이상 근무’를 조건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 쟁점이 됐다. 노조 측은 두 달 간 15일 미만으로 출근하는 근로자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이 조건이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일정 근무일수 충족’이라는 조건에 따라 지급되는 세칙이 있는 만큼 이 금액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사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반면, GM대우 근로자들이 냈던 통상임금 소송에선 전년도 인사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등급에 따라 지급되는 ‘업적연봉’이 통상임금인지 문제가 됐다. 항소심은 일정한 조건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되는 금액이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지만, 대법원은 “인사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지급이 미리 정해진 액수는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사건도 고정성 요건이 쟁점이다. 현대중공업은 1심에서 통상임금으로 본 명절 상여금 중 일부가 항소심에서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돼 6000억원에 달하는 임금 지급 부담을 덜었다.

통상임금 인정 기준이 불명확한 데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사측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한국경제연구원은 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27.%가 ‘신의성실의 원칙, 고정성에 대한 구체적 지침 마련’을 통상임금 갈등 해결방안으로 꼽았다는 통계를 전하기도 했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여러 사건을 다루면서 판례를 쌓으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다시 한 번 전원합의체에서 통상임금 인정 기준을 구체화하는 판결을 통해 이 문제를 정리하는 방법도 있다. 2013년 통상임금 판결에 관여한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 중 6명은 임기 만료로 교체됐다.

내년에도 새로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관 6명을 새로 임명할 예정이기 때문에 통상임금 문제가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진다면 기존 판결에 참여했던 대법관이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하게 된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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