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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코스피 사상 최고치와 ‘반도체 착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에 대한 과열투기 현상은 역사상 최초의 자본주의적 투기라 전해진다. 당시 네덜란드는 작물산업의 호황과 동인도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수입 등에 힘입어 유럽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였다. 이로 인해 부에 대한 개인들의 과시욕이 상승하면서 튤립 투기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당시 네덜란드에서는 희귀한 튤립의 소유와 경작이 부와 명예의 표상이었다.

1929년 대공황 과정에서 튤립 알뿌리 가격과 미국 주가 급등은 투자자들의 근거없는 집단적 낙관의 광기가 부른 같은 현상이었다.

‘광기, 패닉, 붕괴-금융위기의 역사’의 저자인 미국 경제학자 찰스 P. 킨들버거는 광기의 끝에 ‘패닉(Panics)’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결국 금융시장이 ‘붕괴(Crashes)’하는 공황 모델을 창안했다.

국내 증시는 ‘10월 위기설’ 속에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17일 2484.37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18일 장중 2490.58을 터치하며 다시한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주식투자자들은 9월말 황금연휴를 앞두고 북핵위기 등 ‘10월 위기설’에 주식을 투매하며 경계심을 가졌다. 그러나 긴연휴를 보낸 투자자들은 근거없는 낙관 속에 주식 순매수 행렬에 참여하며 큰 폭의 반등세를 이끌고 있다.

착각과 광기의 뿌리엔 판단을 흐리는 ‘착시’가 있다. 경제지표 아홉 개가 엉망이고 단 한 개만 괜찮아도 사람들은 그 한 개의 착시에 매달려 모든 게 괜찮을 것이라는 낙관을 만들어낸다.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 전후의 반도체 호황이 곪아터진 경제의 실상에 착시를 일으킨 끝에 1997년 외환기를 부른 원인이 되기도 했다.

최근 반도체 슈퍼호황으로 우리 수출이 연일 사상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면서 다시금 ‘반도체 착시’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를 빼면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마이너스 성장 중이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코스피 지수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지수는 1800정도. 올해 들어 상장기업의 약 60%는 주가가 떨어졌다.

반도체 효과를 걷어내면 경제지표 대부분이 뒷걸음치고 있다. 때문에 내년 경제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호황이 2~3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의 반도체 추격속도가 빠른 데다, 반도체 불황기가 오면 우리 경제는 그만큼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는 산업구조조정에 손을 놓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에 집착하는 문재인 정부들어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할 월간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가 6개월간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20년 전 1997년 외환위기는 ‘반도체 착시’에 갇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오판했고, 그에 따라 성장ㆍ구조개혁에 대한 정책 우선순위 설정에 실패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오판의 역사를 다시한번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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