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고대 동북아史의 진실을 지도 위에 담아내다…동여비고 소장자 장윤석

[헤럴드 경제]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세계 각국 간의 영토 분쟁에 있어서 지리적 정보를 담은 역사 사료인 ‘고지도(古地圖)’는 무척이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 자체로서 가지는 예술적 가치는 물론이고, 국제분쟁에서 더없이 훌륭한 심판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지난 1990년대 말 발견되어 ‘보물 1596호’로 지정된 바 있는 「동여비고(東輿備考)」는 한·일 양국 간 영토분쟁의 불씨를 잠재울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수록된 60장의 지도 중 <울진현도>에 동해상의 ‘무릉도(武陵島)’와 ‘울릉도(鬱陵島)’, 두 개의 섬이 분명하게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동여비고」는 조선 초기에 편찬된 지리서 「동국여지승람」과 한 벌로 제작된 지도첩이다. 지리상의 기밀이 일반에 알려지는 것을 막고자 간략한 내용만이 표기됐던 「동국여지승람」의 내용을 보충하고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여비고」는 각 지역 행정단위별 지명 및 명칭, 시설물 등은 물론이고,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의 강역과 고현(古縣)의 명칭 및 위치, 한양 도성의 세밀한 형태와 크기, 명칭을 표기한 도성도, 일본의 주요 지역을 표기한 지도까지 폭넓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더욱 가치가 높다. 또한, 숙종 8년(1682)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여비고」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보다 무려 180년 이상 앞서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 보관상태가 훌륭하고, 내용의 치밀함이 ‘왕실편찬’임이 추정되어 신뢰성도 높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위에서 언급한 울릉도, 독도 표기와 함께 북쪽의 만주 일대와 남해의 대마도까지 우리 영토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 지리사를 다시 쓰고, 불분명했던 고대사를 밝혀낼 획기적인 발견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소장자 장윤석 씨는 “향후 「동여비고」의 진정한 가치는 이를 어떻게 연구하고, 실질적으로 활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그 대표적인 쟁점이 ‘대마도’의 역사적 진실에 대한 논쟁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방 직후 이승만 대통령 시절, ‘대마도의 반환요구’가 추진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해외 열강들이 인정한 동북아시아 국제지도인 ‘삼국접양지도’를 보면 대마도, 독도 등이 모두 우리나라 영토로 분명히 표시되어 있다는 것이 그 근거였죠. 패망 후 위축된 일본의 분위기 속에 실지회복이 가능한 기류가 흘렀으나, 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인해 논의가 묻히고 말았습니다. 만약 당시에 「동여비고」가 세상에 알려져 있었다면, 반환요구가 더욱 힘을 얻고, 지금처럼 독도 분쟁이 발생할 이유도 없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국가의 중요한 문화유산이 지니는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역사란 곧 그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이며, 세계 속에 당당할 수 있는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독립 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멀지 않은 미래, 「동여비고」의 가치가 수많은 역사학자들에 의해 재조명되어 우리의 잊혀진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정명우 기자/ andyjung79@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