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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수첩>내고향 진해…10월 유신 기념탑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내고향 진해(鎭海)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살짝 기대감이 생겼다. 대통령이 해군 휴양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근처 중원로터리 한켠에 서 있는 ‘10월 유신 기념탑’을 보게 되면, 박물관 등으로 보내질 수 있겠다 싶었다. 촛불 대통령인 만큼 적폐 청산 차원에서라도 유신의 흔적을 지우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지난 추석, 고향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 이야기가 나왔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고향을 지키고 있는 한 친구는 “아직도 거기에 그대로 서 있다. 쉽게 바뀌겠나”라고 말했다.

오는 17일은 기념탑의 존재 근거가 되는 ‘10월 유신’이 있은지 45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국식 민주주의 정착’이라는 미명하에 직선제 대통령 선거를 간선제로 바꾸고, 국회의 국정감사권도 없애는 등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유린했다.

어릴 땐 몰랐다. 그 기념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군인과 기업가, 근로자 등이 거대한 책을 들고 있는지 관심도 없었고 알려주는 이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존재를 알게 되고, 민주주의의 가치가 깊어질수록 기념탑은 부끄러움으로 바뀌었다. 세월이 지나고 강산이 바뀌었음에도 내고향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물론 그 사이 지역 사회에서도 다양한 노력도 있었다. 철거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운동도 있었으며, 진해시(현 창원시 진해구) 차원의 철거 여부를 둘러싼 검토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0월 유신 기념탑은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일각에서는 부끄러운 역사지만, 그러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 교육 현장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취지는 좋지만, 그러한 교훈을 알려주는 교육 현장으로 만들기에는 지금 현재의 위치에 방치해 놓기 보다 박물관 등으로 옮겨 역사적인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다시금 진해를 방문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면서도 안보를 챙길 수 있는 곳은 진해가 적격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내고향 진해를 방문할 때에는 10월 유신 기념탑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주기 바란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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