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도로위 시한폭탄②]불법선팅 권하는 업체…단속 손 놓은 경찰
-다수 시공업체, 규정 위반 투과율 15~30% 틴팅 권해

-警 “불법 틴팅 성행 알지만 단속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선팅을 너무 약한걸 하셨네요. (가시광선 투과율) 15%짜리도 많이 하는데요, 너무 시커먼게 싫으시면 30%는 돼야 햇빛도 제대로 막을 수 있어요.”

지난 12일 오후 본지 기자가 자차를 가지고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윈도우 틴팅’(window tintingㆍ자동차 선팅의 정식 명칭) 업체를 방문해 시공 문의를 하자 들은 답변이다. 너무 짙은 틴팅을 할 경우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해당업체 대표는 “지난 2008년에 규정이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어 문제 없다”며 거듭 진한 틴팅을 권했다. 규정에 맞춰 옅은색을 찾는 기자에게 업체 대표는 “딴 데를 가봐도 다 짙은색을 권한다. 요즘 사람같지 않게 왜 이러냐”며 한마디를 덧붙이기까지 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해당 업체 대표가 기자에게 한 말은 사실과 다르다.

15일 경찰 및 교통안전 관련 전문가 등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8조에는 차량 앞유리와 옆 창문의 가시광선 투과율이 각각 70%와 40% 미만일 경우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차량 앞 10m 거리에서 운전자를 식별할 수 없으면 불법이라는 것이다. 해당 업체 대표가 권한대로 틴팅을 시공한다면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 된다.

관련 규제가 폐지됐다는 것도 잘못된 정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틴팅 규제는 법제처가 지난 2008년 국민생활과 경제활동에 불편을 주는 법령을 없애는 차원에서 폐지를 고려했다 안전문제 등이 제기되자 철회한 바 있다. 다만, 규제 대상에서 뒷좌석 유리를 제외하고 벌금 20만원에서 과태료 20만원으로 완화하는 쪽으로 개정됐다.

불법인 줄 모르고 시공한 짙은 틴팅으로 인해 주행 중 위험을 경험한 운전자도 많다. 직장인 이모(32) 씨는 “지난주 해질녘 퇴근길에 자동차 전용도로를 운전하던 도중 차로변경을 하려다 뒤따라 오던 차량을 발견하지 못해 충돌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다”며 “새로 구매한 차량의 틴팅 시공을 업체의 권유에 따라 투과율 15%로 한 것이 이처럼 운전 시야를 방해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지난해 7월에는 찜통더위 속에서 짙게 틴팅된 유치원 통학버스에 4세 어린이가 8시간 동안 갇혀 발견되지 못해 의식불명이 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국에선 불법 틴팅에 대한 단속이 사실상 힘들다는 입장이다.

실제 경찰이 최근 3년간(2014~2016년) 불법 틴팅을 적발한 건수는 84건에 불과하다. 교통사고 조사 중 틴팅이 주요 원인인 경우에만 단속을 하고 있는데다, 틴팅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통계로 잡지도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한 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규정 이상으로 짙은 틴팅이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10대 중 8대에 가까운 차량이 불법 틴팅을 하고 있는 상황에 단속을 하기엔 현실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불법 틴팅업체를 제재하는 해외 선진국들과는 달리 국내법상 제재할 수 없는 것도 이 같은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많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관계자는 “해외와 마찬가지로 운전자뿐만 아니라 불법 틴팅을 시공하고 있는 업체들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자동차 정기검사 항목에 불법 틴팅에 대한 규정을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