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으로 ‘정신병’ 강조 동정심 얻어 -전과 18범…심신미약으로 감형 시도한듯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제가 계속 잊어버려요, 말하면서. 그러니까 이해해주셔야 돼요. 그래 가지고… 물어보신 게 이게 아닌데 그죠?”
지난 2009년 3월 방송뉴스에 출연한 이영학 씨가 인터뷰 중 한 말이다. 그는 부족한 딸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미국에서 모음 활동을 했다. 이에 대해 “자신이 2008년 9월 치매 판정을 받아 마음이 급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딸 친구 살해ㆍ사체유기 사건의 피의자 이영학(35)씨는 그동안 방송, 홈페이지 등에 공개적으로 자신이 지적ㆍ 정신 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그는 범행 전후 동영상 유서를 만드는 등 범행을 기획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이 씨는 수많은 전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씨가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정신병력을 이용해 정상참작을 받고 감형을 시도한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는 “전과 초범때부터 이 씨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확인해봐야 하지만 정신질환은 감형의 요소이기 때문에 악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이 있으면 정상 사고를 하거나 판단능력을 하기 어려운 것으로 간주해 책임을 조각해주기도 하고 심신미약으로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씨가 이를 알고 정신질환을 호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 씨의 그간 행보와 범행 기획 능력을 고려했을 때 복지, 처벌 감형 등 각종 혜택을 누리기 위해 지적ㆍ 정신 장애를 거짓으로 판정받았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씨는 지난 2011년 3월 최초 장애 진단을 받고 2015년 11월 지적ㆍ 정신 장애 2급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 복지카드를 발부 받았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 씨는 자신한테 유리한 게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복지카드를 지급받으면 혜택이 있다는 것을 이미 파악했을 것이고, 전과 18범이기 때문에 범죄 감형에 유리하다는 것을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씨가 각종 이득을 노리고 정신 장애 테스트를 받았다면, 일부러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엉뚱하게 응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또 이 교수는 “알츠하이머 등 지적 장애를 판단하는 테스트는 기억 검사가 많은데 이 씨가 일부러 기억이 안난다고 하고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기 보고식 검사기 때문에 점수가 현저히 떨어지면 지적 수준 떨어지는 것으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씨가 자신의 정신 병력을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린 또 다른 이유로는 동정심을 얻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는 “지적장애인이 희귀병 딸을 갖고 있는 것 만으로도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기부금을 모으고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데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