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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끼리끼리 뭉치는 고시판 ‘학연 카르텔’
[헤럴드경제=박수현 인턴기자] 고시와 회계사, 각종 자격증 시험 준비생 사이에 이른바 ‘학벌 카르텔’이 성행하고 있다.

지난해 행정고시에 합격한 서울대 졸업생 김모 씨. 그는 1년 반 동안 서울대 출신만으로 스터디를 꾸려 시험을 준비했다. 전국 고시생이 몰려드는 관악구 ‘고시촌’에 있으면서도 다른 대학 학생들에게는 눈길 한 번 돌리지 않았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씨는 “실력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데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이 누군지 한 다리 건너면 다 알 수 있어 서울대 출신들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그는 “합격한 동문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받으며 출제 경향이나 답안 작성 요령을 공유하며 준비해 스터디 덕을 톡톡히 봤다”고 술회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카르텔은 본래 같은 산업에 존재하는 기업들간 독과점이고 부당한 공동행위를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이 단어가 파벌의 뜻으로 확장돼 쓰인다. ‘학연 카르텔’은 곧 학연으로 뭉친 파벌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이 각종 수험판에도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고시를 준비했던 한 고려대 출신 학생도“실력도 실력이지만 아무래도 아는 사람과 하면 안심이 된다“며 심리적 안정감을 이유로 들었다.

스카이(SKY)라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같은 특정 대학 출신들이 함께 공부하고 시험 관련 정보도 나누는 스터디를 꾸리면서 자기들끼리 뭉치고 있는 것.

여기서 소외된 다른 학교 학생들은“결국 용 난 데서 용 나는 것 아니겠냐”고 푸념한다.

진입장벽에 막힌 이들은 박탈감과 불안감을 털어놓는다. 특히 지방대 출신 학생들은 ‘그들끼리만 공유하는 고급 정보’에 신경이 곤두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터디 문을 두드려보지만 대부분 거절 당하기 일쑤이거니와 같은 대학 출신을 찾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다.

이런 탓에 특정 대학 재학생 아이디를 돈 주고 사는 일도 벌어진다. 스터디 모집 글이 주로 올라오는 학교 내부 커뮤니티 사이트에 ‘잠입’하기 위해서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은“‘고파스’(고려대 커뮤니티)에서 스터디를 구해 갔더니 다른 대학 학생들이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돈을 주고 재학생 아이디를 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재학생을 돈주고 사는 이유에 대해 “그 학교 선후배 합격자들이 직접 정리한 2차 시험답안 예시, 면접 대응요령 등 알짜 자료를 보려면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가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래야 합격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들만이 공유하는’ 모의고사 시험지나 합격 수기가 암암리에 거래된다. 고시 준비생은 “과거 사법고시도 출제 교수가 특정 학교에서 강의한 내용이 비슷하게 시험에 나온 적이 있다고 들었다”며“불안한 마음에 비싸더라도 일단 구하고 보는 게 현실이다“고 전하며 씁쓸해 했다.

tngus854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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