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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 구속 끝나는데…서초선 ‘철야농성 중’
친박 지지자 수십명 텐트밤샘
인근 직장인들 ‘소음 스트레스


가을비로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앞.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 대여섯 명은 집회용 무대를 설치하는데 분주했다. 옆에 설치된 흰 천막엔 친박 지지자들이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고 있었다. 몇몇 여성 지지자들은 라면을 쉴 새 없이 끓이고 일회용 그릇에 담아 나눠주기 바빴다.

철야농성에 대비한 듯 천막 바닥은 두꺼운 스티로폼 두세 개가 겹쳐져 있었고 천막 구석엔 두꺼운 이불과 각종 김치가 들어있는 대형 반찬통이 놓여 있었다.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줄엔 젖은 조끼와 외투 등 옷가지가 널려 있었다.

철야농성을 위해 경기 의정부에서 왔다는 문영예(72ㆍ여) 씨는 “오전에 내린 비 때문에 옷이 다 젖어 줄에다 옷을 걸어 말리고 있다”면서 “억지 구속을 당해 구치소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생각하면 이건 힘든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한까지 철야농성을 하고, 만약 검찰의 수작으로 구속이 연장된다면 철야농성을 더 할 의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구속기한이 오는 16일 자정 만료되는 가운데 서초동이 친박 지지자들의 철야농성장으로 바뀌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친박 지지자들이 지난 10일부터 철야농성을 들어갔기 때문이다. 첫날 밤에만 30여명이 천막과 텐트에서 밤을 새웠다.철야농성자들을 위해 매일 오전 집에서 음식을 직접 싸온다는 한 여성 지지자는 “나는 철야농성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으니 철야농성자들을 위해서라도 음식을 싸온다” 며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절대 연장되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막에서 라면을 나눠주는 자영업자 이모(57ㆍ여) 씨는 라면, 음료 등 대부분의 물자를 사비로 공급하고 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집회 장소를 찾는다는 이 씨는 “장사하면서 일주일 중 하루를 ‘애국의 날’로 삼고 그 날의 매출액은 모두 이 집회에 쓰고 있다”며 “이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후 2시께 60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집회를 시작하는 사이 건너편에선 또 다른 친박 단체가 확성기를 이용해 집회를 진행했다. 이곳에도 철야농성용 텐트 3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텐트 옆엔 태극기, 태극기 손수건, 태극기 배지를 파는 판매대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서초동 법원 삼거리 입구에서 거의 매일 친박 집회를 열던 단체도 이날 어김없이 태극기를 흔들며 마이크로 “박근혜 대통령을 석방하라”, “사법부는 각성하라”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보통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열리는 날에만 집회를 열던 이들은 구속 만료를 앞두고 재판이 없는 이날에도 집회를 연 것이다.

친박 지지자 김모(69) 씨는 “아무 죄도 없는 박 전 대통령이 일주일에 4번씩 불려와 하루 10시간씩 재판받았다”며 “검찰이 어찌 이럴 수 있나. 당장 정치행위를 그만둬야 한다”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 만료를 앞두고 이같이 친박 집회가 다시 거세지면서 법원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매일 확성기를 들고 사무실 앞에서 소리치니 소음이 엄청나다. 너무 시끄러워 음량을 줄여달라고 요청까지 했지만 소용없다”며 “하루 빨리 친박 집회가 끝났으면 좋겠다”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현정 기자/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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