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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주차장 넘친다는데…실화냐?
작년 주차장확보율 129% 달해
자치구 9곳 주택가 100% 미만
원룸촌 등은 ‘주차전쟁’ 일상화


서울 용산구의 한 원룸촌에 사는 직장인 강모(29) 씨는 최근 집 앞으로 차를 세우는 일에 ‘백기’를 들었다. 지금 살고 있는 빌라에만 10세대가 넘게 거주 중인데, 주차공간은 달랑 1곳 뿐이어서다. 퇴근 시간마다 주차난에 애를 먹느니 10~15분 거리가 있더라도 편히 둘 수 있는 다른 주차장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달 집 앞에 주차를 시도하다 같은 빌라 이웃으로 보이는 취객에게 “집 앞 주차장에 전세를 냈느냐”는 말과 함께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 강 씨는 “주변 주차장도 모두 꽉 찬 상태라면 눈 딱 감고 불법주차를 하기도 한다”며 “분명 잘못이긴 하나, 원룸촌에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차장이 차고 넘친다는 서울 안에서도 상당수의 원룸촌 등 주택가는 ‘주차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시내 등록차량은 모두 308만3007대, 주차 면수는 전체 398만3291면으로 차량보다 주차면이 90만284개 더 많다. 주차장 확보율로 보면 129.2%에 이른다.

그러나 화물차를 뺀 후 주택가의 승용차 주차장만 계산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시내 승용차는 같은 기준 모두 247만5126대, 주택가 주차면수는 251만2421대로 거의 1대 1 수준이다. 주차장 확보율도 101.5%로 전체 주차장 확보율 대비 27.7%포인트 급락한다.

이 가운데 종로구(75.1%), 영등포구(79.2%) 등은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이 80%도 안 되는 상황으로, 차를 몰고 이런 곳을 방문하면 말그대로 ‘주차 지옥’에 놓일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 거주 주민들의 체감율은 더욱 낮다.

국토교통부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원룸형 주택이면 세대 당 주차대수가 0.6대(세대 당 전용면적이 30㎡ 미만일 시에는 0.5대) 이상이 되도록 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주차장이 있다해도 표지판과 구획선이 없는 등 ‘마지 못해’ 만든 듯한 시설이 많고, 규격에 맞지 않게 구색만 갖춘 시설도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영등포구의 한 원룸촌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5) 씨는 “건물주가 임대 수입을 늘리려고 주차장을 먼저 확보한 후 이른바 ‘방쪼개기’로 가구 수를 늘리는 등 편법을 쓰는 일도 많다”며 “체감상 주차장 확보율은 80%의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일대 불법 주ㆍ정차를 유도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불법 주ㆍ정차로 인한 단속 건수는 지난 2015년 270만5829건, 지난해 294만9126건, 올해 1~8월 192만4884건으로 한 달 평균으로만 22만~24만여건을 기록 중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상당수는 원룸촌 등 주택가 주변에서 단속이 이뤄진다”며 “규정대로 단속 중이지만, 정말 차를 댈 곳이 없어 불법 주ㆍ정차를 하는 차량도 일부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초부터는 주택가와 인접한 상가, 학교 등 대상으로 시설 개선 공사비를 지원해주는 대신 주민들과 주차장을 공유해서 쓰도록 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다만 이미 가늠할 수 없이 퍼진 건물주의 ‘편법’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고심 중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선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이와 함께 어느정도 면책권이 주어지는 자진신고기간을 운영해야 할 것”이라며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고 방치하다가는 문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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