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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임산부의 날①] “임신이 벼슬이냐”…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임산부
-임산부 10명 중 2명, 임신 중 우울증 경험
-“적응 스트레스ㆍ불안 큰 임산부 배려해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두 달 전 첫 아이를 낳은 정은서(30) 씨는 출산 직전 친척 어르신이 한 말만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만삭 당시 배가 너무 부른 탓에 걷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가 “임신이 대수냐. 이건 아픈 것도 아니다. 옛날에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며 핀잔이 담긴 답변을 들은 것. 정 씨는 친척 어르신의 답변이 황당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저 조용히 참고 넘기는 수 밖에 없었다.

정 씨는 “출산을 앞두고 가뜩이나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짜증이 났다”며 “그 분은 위로한답시고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자신의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겪는 어려움을 깎아 내리는 듯 했다”며 울분을 삭혔다.

#2. 지난해 아들을 출산한 김희정(34) 씨는 임신 초기에 남편이 말한 한마디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김 씨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참외가 나오는 것을 보고 군침이 돌았다. 김 씨는 참외가 먹고 싶다는 말을 꺼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임신했다고 괜히 오버하지 마라”였다. 서운함을 느낀 김 씨가 눈물을 보이자 남편은 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 상처는 가시지 않았다.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은 가운데 임산부에 대한 언어적인 배려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은 임신을 하는 순간부터 낯선 환경을 마주한다. 뱃속에 자신과 다른 또 다른 생명이 자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걱정, 그리고 급격한 신체적 변화를 겪게 되면서 말 한마디에도 감정 기복을 느끼며, 심한 경우 우울증까지 경험하기도 한다.

실제로 제일의료재단 제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수영 교수팀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800여 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20%의 임산부가 임신 중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전 및 산후우울증 선별 평가도구를 이용해 분류한 결과 임신 초기에 우울증 위험도가 19.3%로 가장 높았고 산후 1달 시점이 16.8%, 임신 말기 14%이 그 뒤를 이었다.

우울증 위험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 임신 초기의 경우 불안 점수 역시 가장 높았다. 갑작스런 신체적 변화 등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적응문제와 유산에 대한 걱정 등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임신 중 우울증이 산후 우울증의 위험성을 세 배 가량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임신부와 태아의 관리 소홀, 영양 결핍, 자살 등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주의 깊은 관찰과 함께 주위 사람들의 배려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임신 자체가 신체에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와중에 출산 걱정, 육아 부담, 경력 단절 우려 등 복합적인 불안감과 걱정이 쌓이면서 임산부 대부분은 임신 기간 내내 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며 “말 한마디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고 임산부를 많이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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