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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 끝 전술’ 김정은 vs '미치광이 전략' 트럼프…10일 운명의 날
- 10일 北 당 창건일…9일(현지시간)은 美 ‘콜롬버스데이’
-트럼프-김정은, 막말 전쟁…벼랑끝전술 승부사
-말폭탄 공세속 누가 먼저 꼬리 내릴까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분노와 화염, 완전 파괴, 폭풍 전 고요’ vs ‘늙다리, 불망나니, 깡패, 예방적 선제행동,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최고수위의 말폭탄으로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는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의 끝판왕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미치광이 전략'의 달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치킨게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오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쌍십절과 현지시간 9일인 미국의 국경일 ‘콜롬버스 데이’가 겹치며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은 방북한 러시아 의원들의 발언을 인용하며 북한이 북한 쌍십절과 미 국경일인 10일을 전후로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추가도발에 나설 수 있다며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잇단 군사옵션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들어 북한에 대한 대화무용론과 군사옵션 가능성을 잇달아 흘리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군 수뇌부와 북한·이란 문제 등을 논의한 직후 “(지금은) 폭풍 전 고요”라고 말한 데 이어, 7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대북 대화·협상 무용론을 거듭 개진하면서 “단 한 가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전임) 대통령들과 그 정부는 25년간 북한과 대화를 해왔으며, 많은 합의가 이뤄졌고 막대한 돈도 지불됐으나 효과가 없었다”면서 “합의는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북한에 의해) 훼손돼 미국 협상가들을 바보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감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으나 그 ’단 한 가지‘가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 정가에선 그가 말한 ’한 가지‘ 방법이 군사옵션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백악관에서 군 수뇌부와 회동 후 “폭풍 전의 고요”(the calm before the storm)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기자들이 ‘폭풍’의 의미를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알게 될 것”이라고만 답하고 방을 빠져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위협성 발언은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과 맞물릴 수도 있다.

지난 2일부터 닷새 동안 평양을 다녀온 러시아 하원 의원들은 “북한이 더 강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경일인 오는 9일 ’콜럼버스 데이‘나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이 도발 ’D-데이‘로 거론될 정도인 만큼 ’추가도발은 파멸‘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죽음의 백조’ B-1b랜서 장거리전략폭격기 [사진=연합뉴스]

▶‘미치광이 전략’의 달인 트럼프의 노림수는?= 일부 전문가들은 해석 여지가 많은 트럼프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발언이 대북 접근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도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만큼 다음 수순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행동반경에도 제약을 가할 수 있는 다목적 노림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이나, 핵 전쟁을 연상시키는 ‘분노와 화염’ 발언 등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수사와 행동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제기되지만, 이같은 트럼프식의 ‘벼랑 끝 전술’이 나름대로 효과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상식적인 차원의 설득이나 위협이 도저히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마찬가지로 ‘미치광이식’ 전략이 의외로 통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시사주간 뉴스위크 국제뉴스 편집자를 지낸 마이클 허시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과거 리처드 닉슨, 존 케네디 대통령 당시 상황을 들어 현재 북핵 상황도 예외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핵무기 사용을 시사한 닉슨 대통령의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이 일부 성과를 거뒀고, 또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 대통령의 전쟁 불사 전략이 결국 외교적 해결을 끌어냈음을 들었다.

그는 현재 상황이 유사한 역사적 고비에 처해있다면서 북핵에 대처하기 위한 이런 새로운 전략에 나름대로 합리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북핵의 진전속도가 예상외로 빠른 만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며 보다 강도높은 위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예방전쟁이 쉽지 않다면 북한 김정은에게 기존의 제재 이상의 결과가 있을 수 있음을 예견케 해야 한다는 것이다.상대가 심각하며, 비합리적인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믿게 하여야 나름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치광이 전략을 통해 중국을 움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실제적인 전쟁위험을 감지하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을 것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에 따른 메시지를 경청할 것이라는 전망이다.실제로 북한이 붕괴하고 한반도에 강력한 친미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중국이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중국이 ‘움직여’ 한미일 3국의 지원 아래 북한 측에 국제적 핵 세력으로 생존할 수 없을 것을 명백히 표명할 경우 트럼프식 벼랑 끝 전술은 성과를 거둘 것이며 벼랑 끝 전략 역사에 성공의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허시 전 편집인은 주장했다.

▶벼랑끝 전술의 끝판왕 김정은= 김정은도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파괴’ 연설에 강하게 반발하며 ‘예방적 선제행동’을 들먹이는 등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벼랑끝 전술의 끝판왕 답게, 트럼프 대통령의 애매모호하고 거친 ‘미치광이 전략’에 맞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상대방을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자, 김정은은 자신 명의의 첫 성명에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맞받았다.그러면서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불망나니’, ‘깡패’ 등으로 칭하며 맹비난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22일 자신 명의로 낸 첫 성명에서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명예, 그리고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라며 “(트럼프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위협했고, 리용호 외무상은 북한의 다음 수순이 ‘태평양상에서의 수소탄 시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 7일에는 노동당 제7기2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핵-경제 건설 병진노선의 지속적인 추진과 자력갱생을 통한 제재의 극복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조성된 정세와 오늘의 현실을 통하여 우리 당이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틀어쥐고 주체의 사회주의 한 길을 따라 힘차게 전진하여온 것이 천만번 옳았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대하여 확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전했다.중앙통신은 ”위원장 동지께서는 당의 병진노선을 계속 철저히 관철하여 국가 핵무력 건설의 역사적 대업을 빛나게 완수할 데 대하여 언급했다“고 밝혔다.김정은은 회의에서 ”제재압살 책동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화를 복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기본 열쇠가 바로 자력갱생이고 과학기술의 힘“이라며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정은은 과학기술을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기관차’라고 지적하고 경제실무를 담당하는 내각과 경제지도 기관들이 작전과 지휘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오늘의 정세는 준엄하며 우리 앞에는 시련이 막아서고 있지만 우리 당은 전체 군대와 인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기에 언제나 배심이 든든하다“며 ”그 어떤 천지지변 속에서도 자주적인 노선을 확고히 견지하며 백승의 길을열어나갈 것“이라고 호언했다.

북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 12형 발사 장면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10일 추가도발 나설까= 이번 치킨게임의 분수령은 쌍십절로 불리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한 북한의 추가도발 여부에 달렸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이나, ICBM 정상각도 발사를 통한 미국 본토 위협, 또 김정은이 직접 경고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을 이용한 괌포위사격 등에 나설 경우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국면으로 치닫게 된다. 미국이 본토나 괌이 위협받거나 공격당했다고 인식할 경우 곧바로 무력대응을 포함한 군사옵션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과 북한의 국경일이 겹치는 오는 10일께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추가로 준비 중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안톤 모로조프 국가두마(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소속 의원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그들이 더 강력한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며 “그들 생각으로는 그 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정조준해 발사될 경우) 미국 해안을 타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하려면 러시아 영공을 지날 가능성이 큰 까닭에 미국이 미사일을 요격하려 한다면 러시아에도 위험요소가 제기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시험이 계획된 미사일의 사거리가 1만2000㎞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미국 관리도 북한이 미국의 연방 기념일 ‘콜럼버스 데이’인 오는 9일이나 북한의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일께 미사일 발사를 준비한다는 정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정보가 있었지만 시험을 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미사일의 종류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한 분석관은 이번 주 워싱턴 DC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이 오는 10일 모종의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CIA ‘코리아 임무센터’(Korea Mission Center)의 이용석 부국장보는 “김정은이 하는 것에는 뚜렷한 목적이 있고 아직 할 일이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며 “우리 직원들에게 북한에서는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화요일이고 미국에서는 콜럼버스 데이인 월요일에 전화를 바로 받을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한미, 격상된 경계태세 유지= 한ㆍ미 군 당국은 북한이 노동당 창건기념일(10일) 등을 계기로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강화된 대북 감시 및 대응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8일 “아직 북한의 도발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면서 “다만, 일부 미사일 시설이나 기지 등에서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어 언제든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격상된 대북 감시 및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주한미군은 U-2S 고공 전략정찰기를, 우리 군은 RC-800, RF-16 정찰기와 피스아이(E-737) 항공통제기, P-3C 해상초계기 등의 감시자산을 각각 증강 운용하고 있다고 군은 전했다.

동해상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레이더(SPY-1D)를 갖춘 이지스 구축함이 출동해 있고, 지상에는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인 그린파인이 가동되고 있다.

이들 레이더는 발사된 북한 탄도미사일을 2분 이내 탐지할 수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정경두 합참의장, 엄현성 해군·이왕근 공군총장, 전진구해병대사령관 등 군 수뇌부는 추석 연휴에도 피스아이와 초계기, 이지스 구축함을 타거나 최전방부대, 방공부대, 연평부대 등을 시찰하고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한미 군 당국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당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개최한 북한이 미국의 콜럼버스데이(9일)와 10일 노동당 창건일, 18일 제19차 중국 당대회 등을 계기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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