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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마견’ 비글?…순하고 고통 잘 참아 ‘철창’ 신세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비글은 활동성이 뛰어나고 성격이 극성맞아 ‘악마견’으로 불린다.비교적 작은 체구에 단단한 근육질의 몸을 자랑해 원래 토끼 사냥에 주로 쓰이는 사냥개였다. 적정 운동량을 채워주지 않으면 집을 헤집어 놓는 등 말썽꾸러기 기질을 보여 ‘3대 악마견’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비글은 참을성이 강하고 사람을 잘 따르기 때문에 실험동물로 많이 쓰인다. 고통을 잘 참는 비글은 전체 실험동물의 94%를 차지한다. 약 3분의 1이 마취제 없이 실험에 사용되는 등 극단적 고통을 겪지만 실험이 끝난 후 폐기처분된다. 일종의 ‘소모품’인 셈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 해에 1만 마리 가까운 비글이 생체실험에 이용됐다. 전체 실험동물의 약 94%가 비글인 셈이다.

실험견 구조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에서 실험에 투입된 비글은 15만 마리에 달한다. 그 중 살아서 실험실 밖으로 나간 개는 21마리뿐이다. 하루에 약 30마리의 비글이 실험 도중 사망하거나 ‘폐기 처분’된다.

비글 외에도 지난 해 국내에서 실험에 동원된 희생된 동물은 2012년 183만 4000마리, 2013년 196만 7000마리, 2014년 241만2000마리, 2015년 250만 7000마리, 지난해 287만8000마리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루 평균 7900마리가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쥐, 햄스터 등 설치류가 263만2964마리로 전체의 91.4%를 차지한다. 이어 어류(10만1812마리, 4.06%), 기타 포유류(3만7417마리, 1.49%), 토끼(3만7178마리, 1.48%) 조류(3만4104마리, 1.36%), 원숭이 류(3132마리, 0.13%), 파충류(1555마리, 0.06%), 양서류(1355마리, 0.05%) 순이다.

당장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할 수는 없지만 동물의 고통이라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명 ‘실험동물지킴이 법안’ 2종인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 의원의 법률 개정안에는 동물실험이 끝난 후 회복된 동물을 일반에 분양하거나 기증할 수 있도록 하고, 동물실험에 대한 제재 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법은 실험이 끝난 동물이 회복할 수 없을 경우에는 고통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만 명시돼 있다. 정상적으로 건강이 회복된 동물에 대한 처리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사후처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 세계적으로는 대체(Replacement)ㆍ감소(Reduction)ㆍ완화(Refinement)의 동물실험의 3R원칙 실현을 위한 입법화 움직임과 함께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동물실험 대체연구를 지원하는 추세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 2014년 미네소타주에서 공공기금으로 운영되는 교육기관의 실험시설에서 실험 종료 후 회복된 개와 고양이를 안락사시키는 대신 일반인에게 분양시킬 것을 의무화했다. 캘리포니아ㆍ코네티컷ㆍ네바다ㆍ뉴욕 등 5개 주에서도 유사한 법을 시행하고 있다. 또 일리노이ㆍ하와이 등의 주에서도 실험동물 분양에 관한 법을 논의 중이다.

유럽연합(EU)도 2010년 마련한 실험동물보호지침에서 동물의 건강 상태가 양호할 경우 실험에 사용된 동물을 가정에 입양시키거나 적정한 사육 기관으로 보낼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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