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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특한 색감ㆍ화면분할ㆍ등 돌린 인물…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리다
-학고재갤러리, 독일 新라이프치히 화파 ‘팀 아이텔’ 개인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고개를 푹 숙인 여성은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져있다. 갤러리 혹은 미술관의 구석진 곳, 그곳에 앉아 무언갈 기록하고 있다. 방금 본 작품을 스케치 하는 것 일 수 있고, 혹은 갑자기 떠오른 영감을 기록하는 지도 모르겠다. 복잡하고 부산스런 장소일텐데, 그녀의 주변은 고요하다. 학창시절 누구나 겪었음직한 경험이다. 작가는 이 ‘몰입’의 순간을 따뜻하고도 차분한 색감으로 그려냈다. 


팀 아이텔, 건축학 학습, 2017, Oil on canvas, 캔버스에 유채, 70x70cm, Photograph by Jean-Louis Losi, courtesy of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팀 아이텔, 파란 가방 2017, Oil on wood, 나무에 유채, 22x27cm, Photograph by Jean-Louis Losi, courtesy of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독일 신(新)라이프치히 화파 대표 작가로 분류되는 팀 아이텔(46)의 신작 ‘건축학 학습(Architectural Studies)’(2017)이다. 팀 아이텔의 개인전 ‘멀다. 그러나 가깝다’가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한국에서 전시는 두 번째로, 2011년 학고재 개인전 이후 6년만이다.

팀 아이텔은 서독출신(리온버그)이나, 과거 동독지역이었던 라이프치히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1990년 통일 독일 이후 라이프치히는 구상회화가 강했던 동독과 추상성이 강했던 서독의 화풍이 더해져 독특한 스타일을 보인다. 팀 아이텔의 작업도 전통유화 특유의 질박한 느낌이 살아있으면서도 화면분할 방식에선 추상성이 도드라진다.

작가의 작업방식도 독특하다. 일상 풍경을 사진으로 찍은 뒤, 여러장의 사진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따와 조합해서 완성한다. 현실에 기반을 둔 가상의 세계다. 컨텍스트 안에 존재했던 대상은 일련의 시공간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맥락에 존재하게 되는데, 자연스레 대상 고유의 자세나 아우라가 강조된다. “ ‘건축학 학습’도 사실은 어떤 공원에서 앉아있던 여성인데, 그 자세나 아우라가 독특했죠. 갤러리인지 미술관인지 모를 곳으로 바꿔 그린겁니다. 일종의 ‘연극 무대’ 처럼요” 일부만 발췌해 이야기를 극대화 시키는 연극무대나 잡지의 화보촬영을 연상시킨다. 더불어 화면을 분할하는 방식은 추상회화의 그것과 닮았다. 칸딘스키를 좋아한다는 작가는 화면 분할에 대해 “실제로 그곳에 벽이 존재하는 일종의 ‘건축적 분할’일 수도 있고, 혹은 화면만을 나눈 ‘추상적 분할’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한 캔버스 안에서 추상과 현상의 경계를 실험한 것이다.

팀 아이텔, 암층, 2017, Oil on canvas, 210x190cm, Photograph by Jean-Louis Losi, courtesy of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팀 아이텔 `멀다. 그러나 가깝다`전 전시전경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회화는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고안품’이라는 작가의 철학은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캔버스로 불러냈다. 쓸쓸히 창밖을 보는 사람, 외롭게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 노숙자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존재들이 그의 작품엔 자주 등장한다. 이번 전시 ‘멀다. 그러나 가깝다’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 등을 돌리고 선 인물들이다. “관객들도 그림속 인물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그 인물과 같은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누군가와 마주보는 것보다 등 뒤에서 볼 때 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전시에 선보이는 모든 작품은 최근 1년간 작업한 것이다. 학고재갤러리 본관의 구조에 맞춰 작품의 크기와 위치, 갯수를 미리 결정한 뒤 작업했다. 전시장의 여백마저도 작가가 고안한 것이다. 크고 작은 그림이 섞여있는 전시장을 돌다보면, 전시장마저 작품의일부로 만드는 작가의 내공에 감탄하게 된다. 팀 아이텔는 여러 작품을 동시에 그려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 그림만 하다보면 방향성이나 정도를 가늠할 수 없어요. 동시에 그리면서 전시에 맞도록 준비하죠”

차분하고도 따뜻한 색감은 언뜻 미국작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것과도 유사하다. 그러나 그에게 색감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빛의 색에 주목했던 호퍼와 달리 나의 그림은 늘 변한다. 이전작품은 훨씬 어두웠고, 지금은 많이 밝아졌다.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시간성과 공간성의 관계에 주목하는 팀 아이텔은 2015년부터 프랑스 파리의 유명 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Ecole des Beaux-Arts) 회화과 최연소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2년 베를린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을 시작으로 2006년과 2009년엔 미국 뉴욕 페이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작품은 아르켄 현대미술관, 오스트리아 현대미술관, 도이치뱅크 콜렉션 등에 소장됐다. 전시는 11월 9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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