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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명절, 황금연휴의 그늘] 취업시즌 앞둔 수험생들…공부할 곳 찾아 삼만리
공공도서관 휴무 “갈곳이 없어요”
카페는 눈치·독서실은 불편 ‘발동동’
온라인서 24시간 카페 등 정보공유


#.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박모(29)씨는 빨간 날이 가득한 달력을 보고 걱정이 몰려왔다. 사상 최대의 황금연휴라고들 하지만 박 씨에겐 ‘방황의 기간’이었다. 매일 가는 집 앞 도서관이 토요일을 제외하고 모두 휴관이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도서관 사물함에 있던 수험서를 모두 꺼내 집으로 가져왔다. 어디서 공부할지 고민하던 그는 결국 집에서 40분 거리의 독서실을 일주일 단위로 등록했다. 그는 “독서실은 어둡고 답답해서 선호하지 않지만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필기시험들이 연이어 잡혀있어 어쩔 수 없었다”며 “괜히 집에 있다가 추석 분위기에 휩쓸려 같이 쉬게 될까봐 집에는 절대 안 간다”고 말했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취업준비생들은 공부할 곳을 찾느라 비상이 걸렸다. 무려 10일에 달하는 이번 연휴는 하반기 공채시즌에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공공도서관 대부분이 공휴일에 문을 닫는 데다, 추석 당일에는 문 닫는 독서실도 많아 갈 곳을 잃은 수험생들이 많다. 27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취업준비생들은 추석연휴에 어디서 공부해야 할지가 주된 걱정거리였다. 금융공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졸업생 이연아(28ㆍ여)씨는 “카페에 가자니 오래 앉아서 공부하기도 눈치 보이고, 독서실도 쉬는 경우가 많아 갈 곳이 없다”며 “황금연휴라고 설레고 들뜬 분위기를 피해 조용한 곳을 찾고 있는데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대학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멀더라도 학교에 가서 교내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졸업생들은 더욱 막막해했다. 자기소개서를 쓰려면 노트북을 사용해야 하는데 독서실에선 노트북을 사용하기 어려워 걱정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최모(26ㆍ여)씨는 “황금연휴라고 모두들 뭐할지 들떠 있는데 나는 어디서 공부할지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서럽다”고 하소연했다.

일부러 집에서 1시간 거리인 노량진 학원가를 가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대학가, 종로, 강남 등 서울 주요 시내에는 모두 연휴 분위기라 들떠 있어 어딜 가든 집중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다.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 성동구의 한기훈(28)씨는 “노량진 근처 카페는 맘 놓고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들었다”면서 “고3 수험생도 아니고 유난떠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밀린 인적성검사 공부를 다 끝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추석 때 공부할 곳을 추천받는 취업준비생들도 여럿 보였다. 취업 커뮤니티 카페에는 이미 한 달 전부터 “추석 때 공부할 수 있는 24시간 카페 어디 있을까요?”, “추석 당일 날 문 여는 독서실 있으면 알려 주세요” 등 도움을 청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공부하기 좋은 카페, 연중무휴 운영되는 독서실, 분위기 좋은 스터디 룸 등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일부 취업준비생들은 “이번 추석 때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내년 설 연휴에도 공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서로를 위로했다. 이들에게 추석 황금연휴는 자칫하면 남들에게 뒤처질 수도 있는 위험한 시기였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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