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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명절, 황금연휴의 그늘] “당신의 행복한 연휴…이들의 손길이 있어 안심입니다”
서울시, 연휴기간 하루 평균 3100명 투입
예상 쓰레기만 3만t…대형쓰레기도 급증
전체 미화원 중 59% 매일 거리 청소
소방관도 연휴 반납 특별 경계근무

“솔직히 말하자면, 연휴가 길어질수록 우리 한숨은 깊어집니다.”

서울 성동구에 근무 중인 환경미화원 서모(40) 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우리(환경미화원)가 쉬면 서울 길거리를 누가 관리하겠느냐”면서도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떠올리면 막막하다”고 했다.

‘추석 연휴’라고 쓰고 ‘전쟁 기간’이라 읽는다. 환경미화원들 사이에서 자조하며 쓰는 문구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기다려온 열흘 간의 ‘황금 휴가’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환경미화원들은 묵묵하게 쓰레기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6년차 환경미화원인 서 씨는 그간 명절을 제대로 보낸 적이 없다. 마음 먹는다면 쉴 수야 있겠지만, 할 일을 미룬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경북 영주시가 고향인 서 씨는 “환경미화원을 하며 추석에 고향을 가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6살, 3살 아이를 두고 연휴 동안 일을 한다는 게 씁쓸하지만 이젠 가족, 친척들도 모두 이해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연휴 기간에는 쓰레기가 금방 쌓여 시민 불편함이 더 커진다”며 “한 명 일손도 아쉬운 상황에서 쉽게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숨을 돌릴 추석 연휴기간 환경미화원은 쓰레기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이례적인 장기 추석 연휴기간 서울시는 10일 동안 하루 평균 3100명의 환경미화원을 비상 투입한다. 전체 미화원(5270명)의 58.8%가 매일 거리로 나서는 것이다.

서울시는 연휴기간 약 3만t 쓰레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5일간의 추석 연휴에 생긴 양에 배를 더한 수치로, 하루 평균으로 보면 평소보다 약간 더 많은 양이다. 양도 양이지만 연휴 기간에는 특히 대형 쓰레기와 무단투기가 급격하게 늘어 환경미화원들의 업무 강도는 평소보다 훨씬 세진다.

밤낮 구분 없이 빗자루를 든다는 서 씨는 “긴 휴일에 집정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연휴는 바로 쓸어내기 힘든 가구와 전자제품 폐기물이 많아지는 시기”라며 “폐기물처리시설도 휴무라서 바로바로 쓰레기가 수거되긴 힘들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와 관련한 불만 민원이 쏟아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구로구의 7년차 환경미화원인 김모(48) 씨는 “요즘에는 고향으로 가지 않는 시민들도 많아 서울 길거리에 쓰레기가 계속 느는 추세”라며 “대학가나 지하철역, 연립주택 주변에는 무단투기로 인한 선물포장지와 스티로폼이 넘쳐날 것”이라며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담배꽁초, 음식물 쓰레기도 만만치 않다”고 내다봤다. 김 씨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자긍심을 갖고 서울의 길거리를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소방서 내 직원들에게 추석 연휴기간은 사치일 뿐이다. 대부분은 특별경계근무에 따라 평소와 다름없는 근무에 나선다.

장기 연휴를 전쟁터 속에서 보내야하는 이들은 이들 뿐이 아니다. 화재ㆍ구급 상황이 오면 언제든 출동할 준비를 해야하는 소방관들도 ‘비상대기’다.

소방청은 사실상 연휴가 시작되는 29일부터 내달 10일까지 특별 경계근무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전국 소방서에 있는 소방관도 평소보다 더 강도 높은 근무를 준비 중이다. 박성열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은 “소방관 가운데 80%는 연휴 없이 계속 일한다고 보면 된다”며 “말 그대로 연휴를 잊은 상황으로, 모두 국민 안전을 위해 근무하겠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소방청의 또 다른 관계자도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도 많은 만큼, 내심 안타까워하고 있을 소방관도 있을 것”이라며 “혹시나 이들을 마주하면 짧은 응원 한 마디라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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