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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의 숨은 일꾼②] “시민님, 추석 특선영화 추천은 못해드립니다”
-‘서울의 귀’ 120다산콜센터 추석명절 풍경
-명절기간 민원 쏟아져…절반 이상은 정상근무
-교통상황 문의, 불법 주ㆍ정차 관련 전화 많아
-종종 악성전화도…“그래도 보람 갖고 일하죠”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추석이라 조카 용돈을 줘야 하는데요. 얼마를 주면 충분할 지 궁금해서 물어보려고요.”

“시민님, 그 부분은 바로 말씀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서울 120 다산콜센터의 상담사로 8년간 근무해 온 한모(32) 씨는 매년 명절만 되면 이런 전화들이 걸려온다고 했다. 재미있는 추석 특선영화들을 추천해달라는 사람도 있고, 추석 선물세트를 골라달라는 사람도 있다. 연휴를 뒤로 하고 근무하는 ‘베테랑’ 한 씨를 힘빠지게 하는 대표적인 악성 민원이다.

모처럼의 길고 긴 ‘추석 황금연휴’로 들뜬 사회 분위기를 외면한 채 전화 벨소리에 귀를 쫑긋 세워야 할 사람들이 있다. 연휴간 터져나올 서울시내 민원들을 받을 120 다산콜센터의 상담사들이다.

길고 긴 ‘추석 황금연휴’를 뒤도 두고 전화 벨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할 사람들이 있다. 연휴동안 쏟아질 서울시내 민원들을 받을 120 다산콜센터의 상담사들이다. [사진=123RF]

29일 센터에 따르면 올해 10일 연휴 동안 전체 355명 상담사 가운데 200명 이상은 평소대로 근무한다. 상담 분야별로 하루 3명 상담사가 8시간씩 교대하는 방식이다. 이들 상담사는 추석근무 안내 매뉴얼에 따라 연휴가 시작되기 2주일 이전부터 각종 상황들을 두고 ‘열공’에 나선 상황이다.

추석 연휴기간 센터에는 주로 교통상황이나 자치구별 쓰레기 배출일에 대한 문의, 불법 주ㆍ정차 신고 등의 민원이 빗발친다. 하루 한 상담원이 받는 전화만 보통 70~80통, 많게는 100통에 이른다.

종종 힘들 때도 있다. 특히 ‘명절 특수’ 기간에는 더욱 얼토당토 않는 질문들로 상담사를 곤란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씨는 “아무래도 술자리가 많이 생길 시점으로, 술에 취한 사람들이 전화를 해 이상한 말을 늘어놓을 때가 많다”고 했다. 이어 “집 앞 도로에 금이 가있는데 왜 처리하지 않느냐고 분 단위로 항의하고, 자치구 당직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인삿말도 하기 전에 욕설부터 퍼붓기도 한다”며 “남은 다 쉬는데 홀로 쉬지 못한다고 한탄하며 전화거는 사람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직업 특성 상 이런 일이 일어나도 전화를 바로 끊기는 쉽지 않다. 명절이니 일을 대충하느냐는 말을 안 듣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안내한다. 하지만 이런 전화로 수십분간 진땀을 뺀 후 수화기를 내릴 때면 매번 다리 힘이 풀린다는 게 한 씨의 설명이다.

물론 뿌듯한 순간도 많다. 대표적인 게 취약계층에게 명절기간 진행되는 복지서비스를 알려줄 때다. 한 씨는 “대부분 자치구는 명절 간 취약계층들을 위한 음식 배달 등 서비스를 진행하는데, 정작 수혜대상이 모를 때가 있다”며 “민원을 해결하고, 관련해서 이런 사실들도 알려주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돌봤다는 생각으로 종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상담사들은 본격적인 연휴 기간을 앞두고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는 중이다. 이들이 바라는 건 딱 하나다. 억지 요구, 반말 섞인 명령이 아닌 소통이다.

센터 관계자는 “명절기간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시민들을 모시겠다”며 “시민들도 조금만 더 배려해주시면 쉬지 않고 일하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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