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려놓고 덜어내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효리는 최근 CF 모델 제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체의 상업 광고를 거부하고 있다.
이효리는 ‘효리네민박’을 통해 스타놀이를 하거나 연예인 처럼 행동하지 않고, 실제 인생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신의 이야기를 던졌다. 공부나 독서를 통해 그 내용만을 앵무새처럼 설파하는 ‘꼰대’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효리는 ‘톱스타’일때 돈을 많이 벌었지만 정신적 고통과 방황도 함께 수반됐다. 요즘 들어오는 광고를 수락하고 다시 예능에 나온다면 그때로 다시 돌아가는 거다. 이효리가 가장(家長) 역할을 했던 시절이다.
“일년에 수십억을 버는 짓을 다시 해야 한다고?” 아마 이효리는 이런 생각을 한 것일 수도 있다.
톱스타 시절 고통도 적지 않게 받았다. 그 치유책은 요가였다. 그래서 요가는 이효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 ‘효리네 요가’ 프렌차이즈를 차리면 대박이 나겠지만, 그런 점을 배격한 것이다.
이효리는 요즘 서울에 올라오면 간혹 아이유(이지은)와 만나 요가를 매개로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이효리와 아이유의 모습에는 ‘연예인‘이 아니라 ‘인간’이 보인다.
‘효리네민박’은 삶의 프레임 변화의 한가지를 보여주었다. 노동 중심으로 살며 회의를 느끼고, 새로운 방식으로 살 수 없을까를 고민하다 대안적 삶을 살게 된다. 물론 싫어도 먹고살기 위해 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다.
더구나 이효리는 충분히 먹을만큼 벌어놓은 부자다. 효리는 “우린 아무 것도 안하지 않나? 그러니까 서로 예쁜 말만 나오는 거다. 치열하게 일하고 돌아오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나는 돈이 많다”고 일을 안할 수 있는 이유, 부부끼리 별로 싸우지 않는 이유를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이효리도 주류의 중심에 있던 현역 가수시절 표절 등으로 받은 엄청난 스트레스로 지금과 같은 삶을 선택했다고 짐작할 수 있듯, 일반 사람들도 각자의 사연이 있는 법이다.
급속한 성장 시대, 그 열매를 따먹는 시절에는 비인간적이고 불합리적인 요소가 있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열매가 없는 시대다.
열매가 없는 시대에 왜 내 삶을 그들에게 바쳐야 하나? 짜증 유발 레이스를 왜 계속 해야 하나? 그래서 대안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요즘 관찰예능을 새롭게 론칭할때 기획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욜로, 여행, 소통, 방랑” 등이라고 한다. 고미숙은 ‘차이나는 클래스’에서 “연암 박지원은 평생 백수의 삶을 지향했는데, 백수가 할 수 있는 길은 ‘우정’과 ‘여행’이었다”고 강의했다.
여가학자들은 사람들의 삶이 노동에서 여가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일과 여가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하루 하루가 바쁘고 힘든 사람에게는 뜬 구름 같은 소리일 수 있으나, 이제 남의 일만은 아니다.
인생은 어차피 올라가면 내려와야 한다. 직장에서도 언제가는 나가야 한다. 어떻게 떨어지는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직장에서 물러나는 경우는 ‘명함없이 살기’에 해당한다. 압축성장기를 겪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이 점은 중요하다. 이효리의 내려놓기와 덜어내기에는 거창하지 않은 삶의 철학이 엿보인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숲 한 가운데 넓은 정원에 자리잡은 이효리의 목조 주택이 서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줬다기보다는 압축성장 이후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던져줬다고 봐야 한다.
요즘 사람들이 유독 관심을 많이 가지는 분야가 사는 방식에 대한 생각이다. 큰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도 사는 방식에 있어서의 다양성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산속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줄 몰랐다. 처음에는 이상하고 기행이라는 느낌으로 바라봤지만, 이제는 그들이 상당히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효리네민박’을 보고 “어떤 스타일로 살아보지?” 라는 생각을 한 번 했다는 것만 해도 효용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