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국정원, PD수첩 최승호 전출을 ‘핵심성과’로 자랑…VIP에 보고”
-최승호 PD 7시간 검찰 참고인 조사
-‘김미화 방송하차’도 성과로 내세워
-MB에 ‘최승호 축출’ 보고됐을 가능성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최승호 전 MBC PD의 전출을 직접 계획하고, 실제 최 PD가 다른 부서로 발령나자 ‘핵심 성과’라며 자화자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MB정부 국정원의 ‘공영방송 인사 압박’으로 불이익을 받은 최 PD는 26일 검찰에 나와 7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이날 오후 5시 5분께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나온 최 PD는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이 ‘PD수첩 최승호 PD를 전출시켜야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제 전출되자 내부에 ‘부서 핵심성과’로 보고한 사실을 (국정원 내부) 문건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MBC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해 특정 인사의 퇴출을 유도한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다.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공영방송 장악’ 관련 26일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최승호 전 MBC PD가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최 PD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국정원 국익정보국이 2012년 1월 15일에 작성한 것이다. 국정원은 이 문건에서 최 PD의 전출과 코미디언 김미화 씨의 방송하차를 핵심 성과로 내세웠다. 아울러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의 PD를 인사조치해야 한다는 계획도 기재돼 있었다고 최 PD는 전했다.

최 PD는 또 해당 문건에 ‘VIP 보고’라는 표현도 있었다며 국정원이 개입된 최 PD의 강제발령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검찰은 해당 내용이 실제로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여부는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MBC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을 제작했던 최 PD는 2010년 8월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을 방영하려 했지만 김재철 MBC 사장이 사전 시사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방송보류 결정이 내려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1년 3월 최 PD 등 제작진 6명은 결국 다른 부서로 발령나면서 ‘PD수첩’에서 손을 떼게 됐다. 이후 최 PD는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다 2012년 해직됐다.

앞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이란 문건을 작성하고 공영방송 인사와 프로그램 제작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문건은 2010년 2월 16일 원 전 원장이 ‘MBC 신임사장 취임을 계기로 근본적인 체질개선 추진’이란 지시를 내려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MBC 사장은 김재철 사장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국내 정치공작을 진두지휘한 의혹을 받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6일 오후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중앙지검 별관으로 출석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문건에는 MBC가 좌파 세력에 영합하는 편파보도로 여론을 호도해 국론분열에 앞장서고 있다며 ‘좌편향’ 인사와 프로그램을 퇴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 PD는 이날 “(검찰 조사과정에서) 저의 해고와 관련된 문서는 보이지 않았다”며 “지금 국정원에서 온 문서는 빙산의 일각일 뿐 훨씬 더 중요한 문서가 아직 국정원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원이 적극적으로 문서를 찾아서 (검찰에) 이관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국정원 문건을 작성하고 실행한 이들을 상대로 민ㆍ형사상 고소를 제기할 뜻도 분명히 했다.

joz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