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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B-1B 전략폭격기 출격 지속”…NLL 딜레마에 갇힌 文정부
-NLL 한·미 공조, 용인? 반대? 어정쩡
-내달 항모 동원 대대적 훈련…갈등 심화
-거세지는 美 독자제재, 北 자극 우려도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동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대북 무력시위를 펼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는 미군의 이례적인 NLL을 넘어선 훈련에 대해 “한ㆍ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이뤄진 작전”이라고 해명했지만, 미국이 독자제재에 대한 의지가 강해 이에 동조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은 다음달 한반도에서 항공모함 등을 동원한 대대적인 훈련을 예고해 갈등이 심화되는 형국이다.

26일 국방부와 전문가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군이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해 동해상에서 독자적으로 펼친 무력시위로 인해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전략폭격기의 NLL 이북 공해상 비행훈련은 미국과 한국의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쳤다”며 “작전과 관련해 NLL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한국군이 참가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미국 국방부는 전략폭격기 등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최북단인 NLL 북쪽 공해상을 비행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이 군사 목적으로 이 지역을 비행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지난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특히 미 국방부는 25일(현지시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출격에 맞서 자위권 차원의 군사 대응을 하겠다고 협박한 데 대해 B-1B 비행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유엔 총회 일정을 마치고 출국한 리 외무상의 성명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23일 밤 B-1B 랜서 무력시위는 “비행할 권리가 있는 국제공역에서 이뤄진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B-1B 등 전략폭격기 출격을 지속하고,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경우 미군도 군사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딜레마는 크게 2가지다. 미국의 움직임을 먼저 알고 NLL 위반을 ‘양해’한 것이라면, 북한에게 반격의 빌미를 줄 여지가 생긴다. 미국의 훈련 강행에 반대한 것이라면, 한ㆍ미 동맹에 균열 양상을 보일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 청와대는 ‘긴밀한 공조’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아끼며 이른바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미군이 북상한 훈련한 곳이 국제공역 지역이라고 하지만 우리 군이 NLL을 넘어가면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미군은 몰라도 우리가 넘어갈 경우 북한이 서해 NLL을 위반할 명분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훈련은 미국이 대북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북한에 시그널을 준 것으로 우리 정부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NLL을 두고 남북 간 대립이 첨예한 서해에 비해 동해에서 훈련한 것을 두고 아직 중재의 여지가 남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서해 NLL을 건드렸다면 북한이 NLL 무력화 논리를 들고 나왔을 것”이라며 “그나마 동해는 국제 해양법에 의해 국제 공역으로 큰 문제가 없으니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미군의 이례적인 북상 훈련 과정에서 한국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라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반도 해상에서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이 선제 대응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미국이게 NLL을 넘어가도 좋다고 용인했다면 북한의 비난 대상이 되고, 그걸 반대했다면 한ㆍ미 공조 균열이라는 딜레마에 처했다”며 “미국이 강력한 안보태세를 위해 한반도에서 무력시위를 보이는 건 좋지만 선제적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건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 압박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방어적 개념으로 유지하는 게 평화를 위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주 기자/sagamo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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