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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 사람 있으니 비싼 그림 내놓지”…KIAF, 역대 최고 성과
-KIAF 2017, 닷새간 매출 270억원
-“해외 큰 손 콜렉터 초청 주효”

-“국제적 성장 위해선 미술관 등 비영리기관과 연계 필요”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살 사람 있는데…허접한 거 내 놓을 수 있나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2017)가 달라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장식적 측면이 강한 ‘꽃그림’ 일색으로, 국내 최고 아트페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내로라하는 국내외 거장의 작품들로 가득찼다. 현장 판매액도 역대 최고성과를 기록했다. 관람객은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한 약 5만 4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화랑협회는 지난 20~24일 닷새간 열린 KAIF 2017 현장 판매액이 약 27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235억원 대비 약 15%가량 증가한 수치다. 화랑협회는 “역대 KIAF 최대 매출로, 어려운 국내 경기에도 신기록을 달성했다”면서 “세계 미술계 눈길이 한국으로 향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자평했다. 

지난 9월 20일부터 닷새간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2017)이 24일 폐막했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화랑협회는 KIAF 2017의 현장 거래액은 270억원으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한국화랑협회]

▶역대 최고성과 KIAF 2017, 그 배경은=매출 급성장의 주요인으로는 해외 큰 손 콜렉터들의 방한이 꼽힌다. 한국화랑협회는 지난해부터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 등 해외 VIP를 초청, 한국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3억원의 예산을 들여 초청한 VIP 80여명에게서 발생한 추가적 매출은 약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도 이같은 효과가 지속됐다는 게 미술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1000만원, 2000만원 짜리 그림 사는 손님이 아니라 10억원대 작품도 구매하는 손님이 오니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작품을 내 놓을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KIAF는 개막때부터 주요 갤러리들이 규모 있는 좋은 작품을 경쟁하듯 내걸었다. 최근 재평가가 시작된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독특한 작품들이 다수 선보이는 가운데, 현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인전 ‘행성 그 사이의 우리’로 호평받은 아르헨티나 건축가 토마스 사라세노의 조각, 유럽에서 인기가 좋은 게오르그 바셀리츠, 빌헬름 사스날, 스털링 루비 등의 회화작품이 나왔다. 한국 단색화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이우환의 초기작을 비롯 민중미술 작가들의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백남준의 1990년작 ‘히치콕드’를 엄선했던 학고재갤러리는 “내년 아트바젤 홍콩에 출품할 생각으로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구해온 작품이었으나, (올해 컬렉터들의 대거 방한으로) 미리 내놓았다”고 전했다. 고급 작품 수요가 받쳐주니 공급도 늘어나는 일종의 ‘선순환’이 일어난 것이다.

더불어 가벽을 60cm 높인 것, 한국 현대미술을 알리기 위한 특별전, 엄선한 작가들의 신작 또는 높은 미술사적 가치를 가진 작품을 선보인 하이라이트 섹터, 1인전으로 구성된 솔로 프로젝트 섹터와 미술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대담 프로그램 등도 KIAF 2017 성공에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최대한 투자해 KIAF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국제아트페어로 키우겠다”는 이화익 한국화랑협회장의 도전은 일단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KIAF 2017 현장 [사진제공=한국화랑협회]

▶국제행사로 성장하려면 ‘공조’ 필요=다만, KIAF가 ‘아트 바젤 홍콩’에 비견할 만한 국제아트페어로 성장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위성행사 등 비영리기관과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트 바젤 홍콩’기간엔 미술관, 대안공간 등 비영리기관들도 덩달아 분주하다. 파라/사이트,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 아시아 소사이어티, 코넥팅 스페이스, 밀식스 파운데이션과 M+뮤지엄 등은 다양한 기획전과 개인전을 선보인다. 전세계 미술 관계자들이 모이는 ’아트 바젤 홍콩‘을 일종의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이화익 회장은 “홍콩과 기본적인 시장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KIAF가 성장하기 위해선 아트페어 자체의 성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미술관 등 유관기관과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등 해외 콜렉터들에게 한국현대미술의 다양한 측면을 접할 수 있도록 아트페어의 확장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시장 분석기관인 에이엠콤파스의 박수강 대표는 “미술시장은 미술계를 구성하는 한 요소일 뿐 시장의 번영만으로는 미술계가 유지되지 않는다”며 “시장과 비영리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홍콩의 ‘윈-윈’모델을 적극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음 KIAF는 내년 10월 3일부터 닷새간 열릴 예정이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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