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선수·구단주도 막말에 반발
“대통령의 발언은 분열적”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폭탄’이 스포츠계에도 던져졌다. 미국프로풋볼(NFL)을 향해 “애국심이 없다”고 비난하며 욕설까지 쏟아내자, 선수들은 물론 구단주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NFL 경기에서 선수 100여 명이 국가연주 때 일제히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었다. 볼티모어 레이번스를 포함해 최소 3명의 구단주도 여기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에서 시합한 볼티모어 레이번스와 잭슨빌 재규어스 소속 선수들도 미국 국가가 시작되자 바닥에 무릎을 꿇고 팔짱을 꼈다. 레이 루이스 등 은퇴한 스타들도 동참했고, 코치와 다른 선수들도 선 채로 팔짱을 끼며 힘을 보탰다. 피츠버그 스틸러스 선수단은 국가 연주 시간에 아예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전체 32개 구단의 절반 가까이가 비판 성명을 냈다. 트럼프 열성 지지자였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 로버트 크래프트는 “대통령의 지난 22일 발언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휴스턴 텍산스 구단주 밥 맥네어도 “대통령의 발언은 분열적이며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에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가세했다. NFL 커미셔너 로저 구델은 화합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담은 과거 슈퍼볼 광고를 이날 프라임타임 경기 시간에 다시 내보내기로 했다.
이같은 집단 행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NFL 선수 비난에 항의 차원에서 이뤄졌다. 지난 22일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지원 유세에서 트럼프는 “우리 구단주들이 국기에 결례를 범하는 선수에게 ‘개XX(son of bitch)’를 당장 끌어내고 해고해’라고 하는 걸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으나, 흑인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처사에 대한 항의로 지난 시즌 내내 ‘무릎 꿇기’를 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의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음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운동선수가 NFL이나 다른 리그에서 수백만 달러를 버는 특권을 원한다면, 그는 우리의 위대한 국기 또는 우리나라에 결례하도록 허용돼선 안되고 국가(연주)에 일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24일에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NFL보이콧’을 촉구했다. 그는 “NFL 선수들이 국기와 국가에 대한 결례를 멈출 때까지 팬들이 경기에 가길 거부한다면 변화가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며, “무례한 선수들을 해고 또는 자격정지”(Fire or suspend)할 것을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ABC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은 선수들이 그들 각자 시간에 자유롭게 발언하는 건 상관없지만, 국가연주 때는 선수들이 존경하는 태도를 보이도록 구단주들이 원칙을 주지시켜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