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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정 구성 등 난제 산적…이겼어도 웃지 못하는 메르켈
과반의석 확보 위해 연정 불가피
연정 협상 실패땐 재선거 가능성

극우 AfD 제3당 입성 험로 예고
난민문제·유로존 개혁도 숙제로


“우리는 더 좋은 결과를 희망했었다. 입법에서 매우 도전적인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 유권자들의 걱정에 귀 기울이면서 좋은 정치를 통해 다시 그들에게 지지를 얻을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63)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4연임에 성공한 뒤 발표한 소감이다. 독일 최장수 총리에 오르게 됐지만, 승리의 기쁨보다는 압승을 거두지 못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드러난다.

메르켈 총리가 마냥 웃지만은 못하는 이유는 그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득표율 전망치가 저조한 데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처음으로 의회에 입성하게 됐기 때문이다.

독일 사회민주당 후보 마르틴 슐츠(왼쪽)가 24일(현지시간) 총선 직후 출구조사서 패배가 확실시되자 4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축하를 보내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베를린=AP연합뉴스]

이날 오후 6시 투표 종료 뒤 발표된 공영방송 ARD와 ZDF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민·기사 연합의 예상 득표율은 32.7∼33.3%로 지난 총선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AfD는 13.2∼13.4%의 예상 득표율로 제3정당을 차지하게 됐다.

기민·기사 연합이 과반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정당과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지난 2013년 총선 이후에는 사민당과 대연정을 이뤄 국정을 이끌어왔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대립이 첨예해지면서 연정이 어려운 분위기다.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SPD) 총리 후보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선거 결과가 우리에게 가리키는 것은 야당을 하라는 것”이라며 연정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기민·기사 연합에 자유민주당(FDP)과 녹색당(Grne)이 참여하는 이른바 ‘자메이카 연정’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각 당의 상징색인 검정, 초록, 노랑이 자메이카 국기 색과 같은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 경우 과반의석을 간신히 넘길 수 있지만 난민, 조세, 에너지 정책 등에서 각 당의 입장이 확연히 달라 연정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연정 협상이 실패하면 기독·기민 연합의 소수 단독 내각이 출범할 수 있지만, 메르켈 총리가 재선거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AfD가 제3정당으로 의회에 입성하는 것도 메르켈 총리의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총리 후보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우리는 해냈다. 국가를 변화시킬 것이다. 메르켈을 쫓아버릴 것이다”라며 메르켈 총리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우 정당이 연방의회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D는 반(反)난민·반유로화를 주장하고 있어 메르켈 총리와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난민 문제는 외교적 난제이기도 하다. 난민 수용 의지를 거듭 밝혀온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EU) 국가에 대한 난민 배당 정책에 반대하는 국가들을 설득하며 EU를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개혁과 경제 안정화에 대해서도 메르켈의 어깨가 무겁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유로존 개혁에 뜻을 모았지만, 유로존 확대, 유럽통화기금(EMF) 창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을 둘러싸고 유럽 내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미국과의 무역 역조 문제도 놓여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껄끄러운 관계 속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북한과 트럼프 대통령이 일촉즉발의 갈등을 벌이는 상황도 메르켈 총리에게는 부담이다. 메르켈 총리는 한반도 긴장 상황에 대해 중재 역할을 강조해왔으며, 그의 외교력에 국제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총선 결과에 대해 “포용적인 ‘무티(엄마) 리더십’을 보여온 메르켈 총리가 4연임에 성공했지만, 상당한 비용을 치르고 승리했다”고 평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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