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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세계 피임의 날①]검색어 ‘콘돔’은 19금?…‘청소년 피임’ 어쩌나
-10대는 온라인서 콘돔 검색…성인인증해야만 가능
-일반형 콘돔 구입은 허용, 특수형 콘돔 구입은 금지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여자친구가 있는 고등학생 A 군은 얼마 전 콘돔을 구입하려고 온라인을 뒤졌다. 편의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훨씬 제한적이었다. 포털 사이트에 ‘콘돔’을 검색했으나 성인인증을 거쳐야만 콘돔 판매 정보 등 모든 검색 결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얼마 전 여자친구와 하룻밤을 보낸 고등학교 1학년생 B 군은 콘돔이 없어 성관계 도중 급하게 비닐봉지를 이용했다. 그러나 비닐봉지가 샌 것을 뒤늦게 알게 된 B 군 커플은 임신 가능성이 있는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 고민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전문가는 주위에 없었다. 결국 B 군은 결국 검색 포털 사이트의 ‘지식인’에 문의했고, 여자친구의 생리일을 기다리라는 답변만 받았다. 

한 성인용품 전문점의 콘돔 코너 모습. [사진=123RF]

25일 세계 피임의 날을 하루 앞둔 가운데 청소년의 피임 정보 접근권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소년의 성경험 연령은 나날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실시한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ㆍ고교생의 성관계 경험률은 6.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첫 성관계 시작 연령도 평균 13.1세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5년(13.6세) 이래 가장 낮았다. 피임 실천율은 48.7%로 지난 2013년(39%)에 대비해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선 실질적인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탓에 청소년 대부분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피임 정보를 얻고 있다.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활동가인 주리(활동명)는 “원치 않는 임신이나 성병을 막기 위해선 공교육을 통해 철저한 성교육이 필요하지만 현재 교육 현장에선 청소년을 성관계를 갖지 않는 나이로 취급할 뿐, 피임도구를 어디서 구입하고 어떻게 구체적으로 사용하는지, 가격대는 얼마인지 등 실질적인 성교육을 제공해주고 있지 않다”며 “대부분 지식인과 같은 인터넷이나 친구를 통해 제한적인 성 지식을 얻는데 그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상에서 피임 정보를 얻거나 구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포털 사이트에서 ‘콘돔’이라고 검색하면 성인인증을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일반형 콘돔을 구입하는 것은 아무 제한이 없지만 청소년이 특수형 콘돔을 사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지난 2011년 4월 ‘청소년 유해물건 고시’를 통해 청소년이 일반형 콘돔 구입은 허용하되 돌출형 콘돔 등 특수형 콘돔은 유해물건으로 지정해 미성년자에게 팔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일반형 콘돔과 특수형 콘돔을 모두 판매하는 콘돔 판매 사이트가 대부분이어서 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포털 사이트 측은 일괄적으로 미성년자의 콘돔 사이트 접근을 막은 것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특수마취제를 사용한 콘돔 등 특수형 콘돔은 목적 자체가 다르고, 성장기 청소년에게 어떤 신체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유해물건으로 지정했다”며 “포털사이트에서 콘돔에 대한 검색이 어려운 이유는 일반형 콘돔과 특수형 콘돔 정보를 나누는 것을 번거로워하는 포털사이트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청소년의 피임 정보 접근권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성생활에 있어서 유일하게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콘돔을 사용하는 것인데 정부는 아동청소년 문화를 통제하려고만 할 뿐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의 콘돔 접근권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자 한 관련 업체가 법적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청소년에게 콘돔을 나눠주는 운동을 펼쳤던 소셜벤처기업 인스팅터스는 지난 5월 “정부의 조치가 콘돔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려 청소년의 건강을 해치고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며 청소년보호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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